머독 '미디어제국', 트럼프와 선긋나…NYT "중대국면"
제임스 머독, 트럼프 비판하면서 향후 관계설정 주목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의 보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든든한' 배경이 돼온 머독 '미디어제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앞으로 새로운 관계설정을 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이자 21세기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머독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하면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떤 접근 태도를 취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21세기폭스를 비롯해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포스트를 거느리고 있는 머독 미디어그룹은 특히 미국 보수층 여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샬러츠빌 유혈사태에 대한 기자회견 시 폭스뉴스의 논점을 되풀이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제임스 머독은 업계 지인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백인우월주의자 등 극우 세력에 의해 초래된 샬러츠빌 유혈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과 관련, "우리가 지난주 샬러츠빌에서 목도한 것과 이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우리 모두를 우려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시위를 주도한 백인우월주의, 신나치 신봉세력뿐 아니라 맞불시위를 벌인 좌파에도 책임이 있다며 양비론을 편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제임스 머독은 그러면서 국제적 유대인 옹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에 100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_)는 18일 "머독 제국으로서는 아마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국면(decisive point)'"이라면서 "제임스 머독의 이메일이 머독 미디어그룹이 지배하는 보수성향의 매체와 이들 회사의 정치적 지향점에서 변화의 전조가 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제임스 머독의 언급을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진보적 언론 감시기구인 '미디어 매터스'의 앤젤로 카루슨은 "제임스 머독이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 발언 가운데 상당수가 폭스뉴스로부터 온 것"이라면서 제임스 머독이 이메일에 섰던 것이 진실이라면 "그가 운영하는 폭스뉴스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제임스 머독이 이메일을 발송하기 전에 부친인 루퍼트 머독의 승인이나 허락을 거쳤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루퍼트 머독이 사전에 허락하지 않는 것이라면 놀랄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루퍼트 머독은 비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자문을 해왔으며 18일 경질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해임을 지속해서 촉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루퍼트 머독은 한편 제임스 머독이 100만 달러 기부를 약속한 '반명예훼손연맹'을 오랫동안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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