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케네디상 수상자들 '인종갈등' 반발에 리셉션 불참 결정
'인종갈등 두둔 발언' 파문 지속…듀크대학, 리 장군 조각상 철거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시위 이후 인종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파문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문화예술·종교계 자문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한 데 이어 예술 분야의 권위상인 '케네디상' 수상자들이 백악관 축하행사 참석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관례를 깨고 리셉션 불참을 발표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올해 케네디상 수상자들이 어떠한 정치적인 방해 없이 축하할 수 있도록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케네디센터는 매년 12월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에게 케네디상을 시상한다. 백악관은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수상자를 초청해 축하 리셉션을 개최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리셉션 불참 발표는 올해 케네디상 수상자 5명 중 TV 프로듀서 노먼 리어, 가수 라이오넬 리치, 무용·안무가 카르멘 뒤 라발라드 등 3명이 '보이콧'을 선언한 후에 나왔다.
앞서 라발라드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도덕을 부식시켰다"며 백악관 리셉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수상자인 쿠바 출신 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은 리셉션에 참석하겠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라고 이유를 댔다.
케네디센터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케네디센터 회장은 "대통령의 불참 결정은 케네디센터와 더불어 수상자들의 특별한 순간에 대한 존중"이라며 "이 같은 표시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인우월주의자 등 극우 세력에 의해 초래된 샬러츠빌 유혈사태의 책임이 극우 단체뿐 아니라 맞불 시위대에도 있다며 양비론을 펴, 미국 가치를 훼손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더는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해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줄줄이 대통령 경제 자문단에서 사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 등 자문위 2개를 전격으로 해체했다.
또 대통령 문화·인문 자문위 소속 16명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담은 공동서한을 보내, "우월주의, 차별, 독설은 미국의 가치가 아니며, 당신의 가치 역시 미국의 가치가 아니다"면서 "만약 당신에게 이런 사실이 명백하지 않다면 우리는 당신이 사임하길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뉴욕 대형교회 목사인 A.R. 버나드 목사는 트위터에서 "이 정부와 나의 가치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복음주의위원회를 사임한다고 밝혔다.
유혈사태가 난 샬러츠빌의 마이크 시그너 시장은 버지니아 주지사 앞으로 서한을 보내 "유혈사태로 로버트 E. 리 장군 기마상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며 동상 철거 권한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리 장군 조각상 훼손 사건이 발생한 듀크 대학은 조각상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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