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흑인목사도 자문단서 발빼…트럼프 '인종주의' 파문확대
측근 칼 아이칸은 규제개혁 특별자문관 사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시위 이후 인종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다.
재계와 문화계 자문위원들이 대거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종교계에서도 하차 의사를 밝힌 인사가 처음으로 나왔다.
뉴욕 대형교회 목사인 A.R. 버나드 목사는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정부와 내가 가진 가치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복음주의위원회를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3만7천 명의 신자가 속한 뉴욕 크리스천문화센터를 설립한 유명 목사다. 모두 25명의 복음주의 위원회 위원 가운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그가 처음이다.
버나드 목사 사임의 결정적 계기는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버나드 목사는 CNN 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선 기독교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미국은 먼저 내가 미국에 사는 흑인이 돼야만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게 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겪는 것과는 다른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인우월주의자 등 극우 세력에 의해 초래된 유혈사태의 책임이 맞불 시위대에도 있다며 양비론을 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해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줄줄이 대통령 경제 자문단에서 사퇴했고,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은 자발적으로 해체를 결정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문화·인문 자문위 소속 16명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스러운 발언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의 말과 행동이 (그에게) 공모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월가의 거물 투자자인 칼 아이칸도 규제개혁 특별자문관에서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밝혔다.
아이칸은 "나의 역할에 대한 당파적인 논쟁이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식으로든 구름이 끼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결정에 덕담을 건넸다고 전했다.
그가 사퇴를 결심한 직접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른 자문단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 발언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아이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관이라는 역할이 투자자라는 본업과 이해가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투자 기업의 이익을 위해 행정부 고위직 인선에 개입하는 등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그는 이번 서한에서 "민주당 진영에서 제기하는 논란과 달리, 나는 비공개 정보에 접근하거나 내 지위로 이득을 얻거나, 나의 역할이 이해충돌을 야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바쁜 일정으로 정책을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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