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대는 경기] 사드·계란 파동…호재 없고 불확실성만 남아
8·2부동산 대책으로 내수 제약 가능성…북한 등 대외 불확실성도 산재
전문가들 "3% 성장 달성 어려울 수도…수출·추경에 기대"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올해 상반기 수출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던 경기 회복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전산업 생산은 3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고, 소비심리는 나아졌지만 정작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늘어났지만, 반도체·선박을 제외한 11개 주력품목은 제자리걸음 하는 등 경기 효과가 확장되지 않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연말까지 별다른 호재 없이 악재로 비화할 수 있는 불확실성만 산재해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뒷받침했던 건설 경기 성장세가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 등 영향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고 살충제 계란 파동 역시 그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과 미국 간 긴장 고조,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장기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대외 불확실성은 국내 문제보다 더 다루기 쉽지 않은 난제다.
남은 연말까지 불확실성이 지속하면 정부가 전망한 3.0%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8·2 부동산 대책 충격에 계란 파동까지…사라진 낙관론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반전하는 등 효과를 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건설투자 의존형 경제 구조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최근 호조를 보인 건설투자가 과거 10년 평균치 수준으로만 줄어도 성장률은 0.5%포인트(p) 하락하고 고용도 1만5천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75%까지 치솟은 건설투자의 증가 기여율은 지난 2분기에는 56%로 다소 둔화했지만 5분기 연속 50% 이상을 웃돌고 있다.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급랭하면 경기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 올해 하반기에는 부동산 대책을 고려하지 않아도 건설투자 증가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컸다는 점에서 경기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 완공 시점과 입주 물량이 몰려있어 신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대책이 없었다고 해도 이미 성장률이 확대되기 어려운 요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 역시 생활물가 불안, 농가 소득 감소 등으로 영향이 확대돼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중에 유통이 불가능한 '살충제 계란'이 나온 산란계 농장 수는 지난 18일 하루 사이 무려 10곳이 넘게 증가하는 등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추세다.
달걀값이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이미 1년 전 대비 60% 이상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살충제 파문으로 가격이 추가로 폭등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고강도 부동산 대책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리 인상설이 제기되고 있는 점 역시 부담이다.
금리가 오르면 아직 아직 심리 회복에 머물러있는 내수가 다시 주저앉아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北美 긴장 고조·사드 후폭풍·한미FTA 재협상…안개 낀 대외 환경
최근 고조됐던 북한과 미국의 갈등은 한국 경제를 위축시키는 위험 요소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시험 발사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도 지지 않고 괌 주변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응수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시장은 즉각 반응해 코스피가 이달 7∼11일 한 주 동안 3.16%나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부도 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크게 올라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국제금융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의 긴장이 "과거와 다른 전개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우려가 시장에도 일부 반영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드 후폭풍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지난 3월 15일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한국관광상품 판매금지)을 내리자 관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6월 중국인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64.8% 감소했다. 3월 이후 매달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제주지역 소비는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온라인 해외 직접판매액(역직구)도 1분기보다 28.9%나 감소했다.
하지만 북한의 ICMB 시험발사로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한국이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임시 배치하기로 하면서 중국이 보복 조치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FTA 개정 논의도 하반기 한국 경제의 불안요소 중 하나다.
한미 양국은 한미FTA 공동위위원회 특별회기를 22일 서울에서 열기로 하면서 개정 여부를 결정하는 공식 논의에 돌입했다.
재협상 자체가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보호무역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 "3% 성장 달성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상반기 뚜렷했던 경기 회복세가 최근 주춤한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당분간 뚜렷한 호재 없이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가 내건 3% 성장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률에 중요 영향을 주는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수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고 건설 경기를 가라앉히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은 3.0%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올라가는 속도가 조정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반도체가 잘 되는 것을 전반적인 성장세로 확장해서 얘기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록 수출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편중돼있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아직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호재가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교수는 "현재 기댈 것은 수출과 추가경정예산밖에 없다"라며 "내부 정치적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부는 수출보다 내수에 치중하려는 모습인데 내수의 핵심인 부동산 경기를 가라앉혀야 하니까 내수를 살리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중구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으니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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