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침입 '성적조작 달인' 제주대생 제명 정당

입력 2017-08-18 14:35
정부청사 침입 '성적조작 달인' 제주대생 제명 정당

제주지법 "시험 공정성에 대한 신뢰 손상, 제주대 명예도 크게 실추"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정부서울청사에 수차례 침입해 본인의 공무원 시험 성적을 조작해 제명된 전 제주대 학생이 법원에 제명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제주지법 행정1부(김진영 부장판사)는 송모(27)씨가 제주대를 상대로 제기한 제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순차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원고의 범행으로 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돼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상당수 기명 언론보도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기사 확산 등을 통해 제주대 명예가 크게 실추된 것으로 보인다"며 청구의 이유가 없다고 봤다.

송씨는 재판과정에서 "구속 상태라 대학의 징계처분 절차에서 자신의 권리를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의견제출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고, 학교 명칭을 익명 처리한 언론보도로 인해 대학의 명예실추 정도 역시 심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씨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지난해 3월 26일 정부서울청사 내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들어가 자신의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 성적을 합격권으로 조작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해 2월 28일부터 4월 1일까지 훔친 신분증 3개를 이용해 정부서울청사를 5차례나 드나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앞서 같은 해 1월 23일 인사혁신처 주관 2016년 지역인재 7급 국가공무원 채용 추천대상자 선발을 위한 대학 자체 선발시험에 응시했다.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공채는 지역 대학 재학생 중 토익 700점 이상,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 학과 성적 상위 10% 이내인 이들을 학교 측이 선발해 응시자로 추천하는 제도로, 제주대는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시험 성적까지 반영해 송씨를 추천했다.

송씨는 학교 측의 PSAT 모의시험을 앞두고 시험문제 출제를 담당한 서울의 한 공무원 시험 학원에 들어가 문제지와 정답지를 훔쳐 시험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험과 관련된 범행 이전에도 위조한 진단서를 이용해 추가 시험 시간을 배정받는 방법 등으로 수능과 토익,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대는 송씨의 상식을 뛰어넘는 범죄 행각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같은 해 9월 2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학칙에 따라 제명했다.

송씨는 건조물 침입, 절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문서 부정행사, 야간건조물침입절도, 사문서위조·행사 혐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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