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家 집안싸움에 손자까지 가세…"싱가포르서 신변위협"

입력 2017-08-18 12:30
리콴유家 집안싸움에 손자까지 가세…"싱가포르서 신변위협"

싱가포르 정부 "근거없는 사법체재 비판에 대한 대응"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2015년 사망) 전 총리의 유언을 둘러싼 자녀들의 갈등이 손자들에게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李顯龍·65) 총리가 아버지의 후광을 이용해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해온 차남 리셴양(李顯陽·60)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의 큰아들 리성우(32)가 본국에서 신변위협을 느껴 출국했다는 주장을 펴 논란에 가세한 것이다.

18일 채널뉴스 아시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버드대학교 주니어 펠로우로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리성우는 최근 친구의 생일을 맞아 본국을 방문했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예정보다 1주일 일찍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정 기간 구금과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며 "내가 싱가포르에 계속 머무를 경우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여 조기 출국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런 충고를 한 친구가 누구인지 또 자신의 신변안전에 관한 특정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리성우가 사법 시스템을 근거 없이 비판한 데 대한 적법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리성우가 지난달 15일 싱가포르의 사법 시스템을 비판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와 관련해 검찰총장실이 사과와 메시지 삭제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총리실 공보담당관인 창리린은 "검찰총장실이 리성우의 법정모독 혐의와 관련해 구금 절차 개시 승인을 요청했다. 이는 모든 모독 행위에 적용되는 적법한 법률절차로 법원에 결정을 내릴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리성우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메시지를 삭제할 경우 법적 대응은 철회되겠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은 2004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유훈을 둘러싸고 남동생인 리셴양과 여동생인 리웨이링(李瑋玲·62) 싱가포르 국립 뇌 신경의학원 원장과 사이가 벌어지면서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동생들은 리 총리가 '사후에 자택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왕조 정치'를 꿈꾼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리 총리가 아들인 리홍이(李鴻毅·30)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자신들이 국가기관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국외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몰릴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후 리 총리는 동생 가족에 의한 유언장 조작설을 제기했고, 남동생인 리셴양은 형수인 호칭(何晶·64) 테마섹 최고경영자의 부친 문서 절도 의혹으로 맞서는 등 양측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졌다.

'정면돌파'를 택한 리 총리는 지난 3일부터 의회에서 청문회 형식의 토론회를 열고 형제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해명했다.

리 총리는 토론회 말미에 스스로 의혹이 대체로 해소됐다고 선언했지만, 의석이 작은 야당 등이 제대로 문제를 파헤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리 총리와 형제들은 이 문제를 사적인 영역에서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휴전'을 선언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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