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각료 이중국적 확인 3번째…다음은 누구(?)…혼란 가중
대법원 판단 결과에 관심 집중…야당 "불법 정권" 비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이중국적 문제로 인한 호주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원 내각제인 호주에서는 연방 의원이 장관을 겸하고 있는데, 헌법에 따르면 이중국적자는 연방 의원직에 도전할 자격이 아예 없다.
하지만 17일 저녁 연방 상원의원인 피오나 나시 지역개발 장관은 영국 국적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털어놓으면서 파문은 확산하고 있다고 호주 언론이 18일 전했다.
나시 장관은 호주 최대 정당인 자유당과 함께 보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당의 부대표로, 이번 이중국적 파문에 연루된 연방정부 각료로는 3번째다.
앞서 국민당 대표인 바너비 조이스 부총리 겸 농업장관, 역시 국민당 소속인 매슈 카나반 자원담당장관이 이중국적자로 드러난 바 있다.
나시 장관은 17일 밤 상원에서 "영국 내무부로부터 태어나면서부터 영국 국적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나는 1965년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났고 부모는 내가 8살 때 이혼했으며, 거의 접촉이 없던 아버지는 9년 전 돌아가셨다"라고 말했다.
나시 장관은 또 "성장하면서 부모님은 내가 이중국적자가 아니라고 항상 말씀하셨다"라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나시는 맬컴 턴불 총리와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 등과 협의한 뒤 조이스 부총리처럼 각료직을 유지하면서 연방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지난달 중순 이중국적 문제가 처음 제기되면서 녹색당 상원의원 2명이 잇따라 의원직을 내놓았으며, 카나반 상원의원도 장관직에서만 물러난 바 있다.
현재 대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각료직은 물론 의원직을 내놓게 될 수 있는 사람만 4명.
또 현재 하원에서 1석 차이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자유당-국민당 연립정부로서는 최악에는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은 맬컴 턴불 총리 정부를 향해 "불법 정부"라고 맹공을 퍼부으며 조이스 부총리와 나시 장관을 향해 카나반처럼 각료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5자리의 각료직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당으로서는 3자리를 잃게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고, 연립정부 내 갈등마저 우려되고 있다.
앞서 줄리 비숍 외교장관은 지난 14일 조이스 부총리의 뉴질랜드 국적 보유 사실이 드러나자 호주 제1야당인 노동당과 역시 뉴질랜드 제1야당이 결탁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여당 측은 노동당 의원 4명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는 이중국적 의혹이 있다며 역공을 시사해 이번 파문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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