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PD "강다니엘, 재촬영 요구하는 욕심쟁이…크루 할래요?"
"생방송에서 녹화방송 전환 후 호스트 부담 줄고 재미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저 역시 현장에서 팬들 함성에 고막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워너원 멤버들이 나오는 순간 방청객 250명이 이성을 잃더라고요. (웃음)"
tvN 'SNL코리아9'를 연출하는 권성욱(40) PD는 이번과 같은 현장 열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 가장 '핫'한 그룹 워너원의 출연에 9만명이 방청을 신청할 정도로 화제가 됐고, 덕분에 지난 12일 방송한 1편부터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2.6%로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장기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9번째 시즌을 맞은 'SNL'의 꾸준한 선전은 코미디계에 반가운 일이다. 시즌5부터 'SNL'을 이끌어오면서 최근 워너원 편을 성공시킨 권 PD를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권 PD는 "워너원 편은 사전 미팅 때부터 '대박'을 예감했다"며 "신인이고 연기 경험도 별로 없을 텐데 팀워크가 워낙 좋고 아이디어도 넘쳤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서로의 장점을 짚어주고 띄워주더라고요. 그러면 당사자는 쑥스러워하지 않고 연기를 척척 해내고요. 특히 윤지성은 'SNL'을 평소에 많이 봤는지 아이디어가 많고 예능감이 좋더라고요. 연기를 잘한 친구는 황민현·옹성우요. 강다니엘도 '센터'답게 매력이 넘쳤어요. 다니엘은 '아름다운 그대에게' 코너를 1차 공연 때 완벽하게 해내서 2차 때는 할 필요가 없었는데 본인이 더 살려보고 싶다며 재촬영을 요청해서 다시 찍기도 했죠. 욕심이 많던데, 크루로도 초대하고 싶네요. 어때요, 다니엘? (웃음)"
그는 그러면서 "이제 갓 시작한 친구들이지만 우리가 오히려 그들에게서 또 다른 에너지를 선물 받았다"며 "그 에너지가 앞으로 'SNL'이 지향하려는 방향과도 맞아 떨어졌다. 워너원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시즌1부터 시즌9까지 줄곧 생방송 방식을 유지해오던 'SNL'은 지난달 22일 레드벨벳 편을 시작으로 녹화방송으로 전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 PD는 "시청자에게 더 큰 웃음을 주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라며 "원래 프리뷰 공연을 하고, 2차 공연을 했는데 프리뷰 공연에서 더 좋은 장면이 나올 때가 많았다. 생방송에서는 그걸 버릴 수밖에 없지만 녹화 방송은 특유의 B급 유머를 다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스트들도 생방송을 부담스러워 하는데, 녹화 방송은 편집할 수 있으니 다 내려놓고 연기하더라고요. 물론 제작진은 힘듭니다. 예전에는 생방송 끝나면 바로 (신)동엽 형과 맥주 마시러 갔는데 요새는 편집하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동엽 형이 크루들만 데리고 호프집에 가더라고요. (웃음)"
'SNL9'은 '19금 코미디'의 대명사였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수위를 조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시청자의 평은 엇갈린다.
권 PD는 "때가 오면 다시 '19금'으로 바뀔 수도 있다"면서도 "'19금'을 한다고 해서 시청률이 더 잘 나오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시청률은 과거 '19금'을 하던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높아요. 대중성을 찾은 거죠. '19금' 방송 때는 대신 온라인 클립 영상 조회 수가 엄청 높아요. 가족과 같이 보기는 민망하니 혼자 찾아보는 게 아닐까요? 최근에 가수 홍진영 씨가 호스트로 나와서 오랜만에 '섹드립'(섹시함을 부각한 애드리브)을 많이 시도했는데 시청률보다는 영상 조회 수가 폭발적이더라고요."
권 PD는 오래 호흡한 신동엽과 크루들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동엽 형은 'SNL'의 수장이죠. 옛날에는 콩트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SNL'에만 남아있잖아요. 동엽 형은 과거 콩트의 최고 전성기에 활약하신 분이라 아이디어도 많아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 얘기도 잘 들어주죠. '저러니 항상 최고구나' 느껴요."
최근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로 전성기를 맞은 정상훈에 대해서는 "'SNL' 현장에서도 연기에 물이 오른 게 느껴진다. 모두가 응원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와 동시간대 방송하는 '품위녀'를 패러디한 것도 상훈 형을 응원하는 차원"고 말했다.
'살남자'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패러디한 '정으니' 캐릭터로 호평받는 김준현에 대해서는 "'살남자'는 방탄소년단 '상남자' 노래가 준현이와 잘 맞아떨어졌다"며 "방탄소년단 팬들이 처음에는 항의하다 최근에는 재밌다고 응원해준다"고 웃었다.
'SNL'은 본 고장인 미국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에서 방송되고 있다. 권 PD는 한국 'SNL'의 특징을 'B급 코드와 트렌드 지향성'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하면 사람들을 웃기기가 쉽지 않아요. 코미디를 코미디로만 보지 않고 정치·사회적인 것과 연결해 생각하기 때문에 사고도 나기 쉽죠. 화제가 되는 이슈도 빨리빨리 따라가 줘야 하고요. 거기에 B급 정서를 더했을 때 터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부분에 집중하려 합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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