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기록 숨기고 美시민권 취득한 팔레스타인 활동가, 결국 추방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범죄기록을 숨기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팔레스타인계 여성 활동가가 결국 시민권자 자격을 박탈당하고, 당국의 추방 조치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20여 년간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계 여성 이민자들의 대모 역할을 해온 라스미아 유세프 오데(70)는 이날 디트로이트 소재 미 연방법원 미시간 동부지원에서 "시민권 박탈 및 추방" 판결을 받고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오데는 1994년 미국 입국시와 2004년 미국 시민권 취득 시, 과거 이스라엘에서 테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이민 당국에 있는 그대로 밝히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문제돼 체포·기소됐다.
오데는 1969~1970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2건의 폭탄 테러를 자행,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1980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포로 교환 조치로 석방됐다. 그는 "고문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며 테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오데는 2015년 3월 연방법원으로부터 18개월 징역형과 함께 시민권 박탈 및 추방 명령을 받고 항소를 제기한 바 있으나 지난 4월, 유죄 협상을 통해 추방을 수용하는 대신 징역형을 면제받기로 했다.
AP통신은 오데가 요르단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오데는 미국에 정착한 뒤 시카고 '아랍 아메리칸 액션 네트워크'(AAAN) 부회장 등으로 일하면서 이민자 특히 아랍계 여성 이민자들의 복지와 교육을 위해 노력했고,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에도 이바지했다.
2015년 7월 시카고를 방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오데와 만나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오데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20여 년간 평화운동을 벌이며 널리 존경받았고, 어떤 미국인들보다 더 많은 것을 베풀었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날 재판에 시카고 아랍계 이민자들이 100여 명이나 참석했고, 지난주 열린 오데 지지 행사에는 1천여 명이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