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으로 친환경 닭 농가에 살충제 공급…모럴해저드 만연
지자체·양계농가도 가세…4월 닭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에 3억원 투입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정부가 올해 닭 진드기 방제약품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으로 구입한 살충제를 친환경 산란계 농가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 농가에서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까지 지원해가면서 살충제를 보급하고 일선 농가는 별 생각 없이 이를 받아쓰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빚어진 것이다.
17일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4월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면서 서울, 부산, 울산, 대전을 제외한 13개 시도에 총 3억원(150만 마리 분)의 예산을 지원했다.
농식품부는 이중 50%인 1억5천만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50%를 지방비로 충당하도록 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시범 사업 지침에서 '소규모 농가를 우선 지원한다'고만 조건을 명시함으로써 닭 진드기용 살충제가 친환경 인증 농가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보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의 21배나 초과해 검출된 전남 나주의 친환경 산란계 농장도 나주시가 공급한 '와구 프리 블루'란 살충제를 사용했다.
나주시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관내 25개 산란계 농가에 이 살충제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펜트린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는 일반 농가에서는 사용될 수 있지만 친환경 농가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경남 창녕군도 6월 친환경 인증을 받은 9곳을 포함해 총 13곳의 산란계 농가에 '와구 프리 옐로'란 살충제를, 경기 용인시도 5곳의 친환경 농가에 '아미트라즈'란 살충제를 각각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종류의 살충제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친환경 산란계 농가에 예산까지 지원해가면서 앞장서 살충제를 공급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닭 진드기 구제사업과 관련, 시도 지원 실태를 조속히 파악해 친환경 축산물 인증농가에는 예산이 지원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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