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는 아무 상관없어요"…춘천 닭갈비 철판 식을까 '걱정'

입력 2017-08-18 07:30
"육계는 아무 상관없어요"…춘천 닭갈비 철판 식을까 '걱정'

정부 "육계는 안전" 발표에도 소비자 불안…상인들, 불똥 튈까 '좌불안석'

막국수닭갈비축제 앞두고 조직위원회도 대책 마련 고심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산란계에 사용한 진드기 살충제가 육계(식용 닭)에도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강원 춘천의 대표 먹거리 '닭갈비'에도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상인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육계는 최근 문제가 된 피프로닐 같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소비자들은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계 농장은 산란계 농장처럼 밀집 사육을 하지 않고, 사육 기간도 보통 30일 정도로 짧아 1년 이상 키우는 산란계와 달리 약을 칠 필요가 없지만, 소비자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춘천 닭갈비 상인들은 아직 눈에 띄는 매출감소는 없지만, 육계에도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돼 닭갈비에 대한 인식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해 탄핵정국과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까지 겪으며 차갑게 식은 철판을 지켜봐야만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17일 점심시간에 찾은 명동 닭갈비 골목은 아직 활기를 되찾지 못한 듯 한 테이블도 채우지 못한 가게가 수두룩했다.

비구름이 지나간 탓인지 골목길은 닭갈비 냄새 대신 습한 공기가 가득했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가게에 들어가 닭갈비를 먹으며 1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지만, 추가손님은 없었다.

30년 넘게 장사했다는 사장 박모(70·여)씨는 이런 상황이 이미 익숙한 듯 "(산란계 파문으로 인한)닭갈비 소비는 줄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막국수에 들어가는 계란은 빼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닭갈비 가게 사장 이모(50)씨는 "골목에 들어오는 손님도 거의 없고 매출도 많이 힘들다"며 "육계는 안심하고 먹어도 되니 거리낌 없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는 29일 열리는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 조직위원회도 공들여 준비한 축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여론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8월 23일 축제를 열었으나 올해는 초가을 날씨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개막을 1주일가량 늦춘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춘천시 관계자는 "현수막 등 홍보물을 통해 안심하고 축제를 즐겨도 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조직위원들과 논의해 홍보활동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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