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괴롭힌 학교폭력 5개월…학교는 눈감았다
학부모 "뇌병변 5급 장애아동 대상 폭력 은폐 의혹"…강원교육청 감사 착수
(철원=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강원 철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아동이 5개여월에 걸쳐 또래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학생은 뇌병변 5급의 장애학생이며 사회화 능력이나 자기 관리 능력에서는 4살 정도로 지체돼 주변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특수교육지원 대상자였다.
이 학교 교사이자 장애학생의 학부모인 A 씨에 따르면 지난 3월 아들 B(9세) 군과 함께 전근을 오고 나서 B 군은 지난 7월 중순까지 동급생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B 군의 눈물의 학교생활은 전학 간 다음 날인 지난 3월 3일부터 시작됐다.
운동장 골대 옆에 앉아 있는 B 군을 향해 또래 친구들이 축구공으로 가격해 온몸에 멍이 드는 등 짓궂은 장난과 골탕먹이기가 시작되면서 매일 혼자 울어야 했다.
가해 학생들은 B 군이 걷다가 넘어지는 등의 불편한 걸음걸이를 흉내 내거나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문을 안 열어주고, 신체와 관련된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B 군을 괴롭힌 주동 학생은 2명이었고, 다른 4명은 이를 방조했다.
그래도 A 씨는 "친구들이 너랑 놀고 싶어서 장난을 거는 거니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자녀를 다독였다.
하지만 지난 7월 5일 복도에서 나는 비명을 듣고 달려간 A 씨는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는 것을 보고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가해 학생들은 운동장과 주차장에서 B 군을 놀려대고, 도망가는 B 군을 따라 교실까지 쫓아와 괴롭히는 행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A 씨는 가해 학생들이 B 군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학교 측에 조치를 촉구했다.
가해 학생 부모에게도 이 문제를 알려줄 것을 담임교사에게 요구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 군의 아버지가 이들을 대학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게 한 결과 둘 다 심각한 적응 불안, 우울, 위축감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 군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자해 행동을 하고, 학교 친구와 담임교사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으로 1개월 이상의 정신과 치료와 6개월 이상의 심리적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A 씨도 자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학교 측의 은폐 축소 시도 등으로 우울증과 적응장애 진단을 받아 최소 1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학교 측은 이달 3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었지만, B 군이 당한 18가지 폭력 사안 중 7가지는 가해 아동과 피해 아동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거나 가해 아동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치 없음' 결정을 내렸다.
또 나머지 11가지 사안은 또래 아동에게 있을 수 있는 장난으로 판단해 학교폭력 통지문에 기술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대학병원에서 발행한 진단서와 임상 심리 보고서의 내용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학교는 장애인 폭력사건으로 사안이 커질 것을 우려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거짓말로 은폐하려고 했고, 피해 아이를 가해자로 모는 시도까지 했다"며 "학교폭력위원회의 위원도 경찰이나 객관적인 입장의 위원은 한 명도 없이 학부모 위원 3명과 교감 등 교원 3명으로 의견을 도출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이가 피해 아동으로 인정받고, 가해 아동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것"이라며 "하지만 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으로 일관해온 학교 관계자에게는 책임을 지우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A 씨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결정과 관련해 재심을 요청하고, 강원도교육청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직접 감사해달라고 촉구했다.
B 군은 최근 개학을 맞았으나 병가와 병결석을 내고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다.
A 씨가 지난 7월 국민신문고에 이번 사건을 올리자 철원군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은 이달 17일 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취재기자에게 "제대로 알아보고 물으라"며 "해당 아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해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dm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