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과 대화조건' 한목소리…"北 추가도발 없어야"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대해 한목소리로 '추가도발 중단'을 내세웠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촉발됐던 일촉즉발의 긴장 고조 국면이 일단 넘어가자 한미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던 북한에 '도발 중단이 먼저'라며 '공'을 다시 넘긴 모양새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 "대화를 하려면 대화여건이 갖춰져야 하고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면서 "적어도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대해 여러 신호가 나오던 미국도 최근에는 북한과의 대화 조건이 '추가도발 중단'으로 모이는 분위기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외신기자 회견에서 "미국은 기꺼이 북한과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눌 것이나 우리는 아직 '그 지점' 근처에 있지 않다"면서 북한에 "핵 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역내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하는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하겠다"(지난 3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고 할 정도로 강경하던 미국의 입장이 한국과 비슷하게 조율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공동기고문에서 "자극적인 위협이나 핵실험, 미사일 발사나 다른 무기 실험의 즉각적 중단"을 북한의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방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초반에는 미국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한미가 긴밀한 조율을 통해 온도 차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가 북한이 추가도발을 중단한다고 대화를 개시할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최소한 추가도발을 중단해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지, 도발을 중단하면 곧바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4일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는데, 21일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계기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아직 미진한 것으로 보이는 ICBM 재진입기술을 갖추기 위해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이란 관측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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