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식품관리시스템' 불신 고조…전문가 "보완 필요"(종합)
농축산물 안전관리 예산은 259억 그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살충제 계란 사태 처리 와중에 정부부처 간 엇박자를 보이며 혼란이 가중하자 먹거리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식품안전관리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형식상 식품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2013년 식약청에서 식약처로 격상되면서 식품안전관리를 일원화한다는 명분 아래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던 식품안전업무를 이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관련 생산자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생산단계의 농축산물과 수산물 안전관리는 여전히 농식품부와 해수부에 남으면서 '반쪽짜리' 식품안전 사령탑에 그치고 말았다.
생산단계는 농식품부·해수부가, 유통단계는 식약처가 담당하는 기형적 형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문제가 되는 계란 등 축산물안전관리는 법적으로는 식약처 소관이지만, 실제 행정은 업무위탁방식으로 농림부가 책임지고 있다.
이를테면 농장에 있는 계란은 농식품부가, 판매 중인 계란은 식약처가 검사하는 식이다.
이처럼 사실상 이원화된 안전관리 체계로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
식약처는 현재 농장을 검사할 조직과 인력, 권한도 없다.
축산물 안전관리를 하려면 검사조직과 인력이 있어야 하지만, 관련 농식품부 산하조직이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약처는 규제를 통한 소비자 안전을, 농림부는 농축산업 진흥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특히 식품산업을 놓고서는 '밥그릇 싸움' 양상까지 보이며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 농축산물과 수산물 안전관리를 두고 둘로 갈라진 식품안전 체계를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농장에서 밥상까지 먹거리 안전을 보장해야 할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농산물우수관리인증제도(GAP)와 농산물 및 식품이력추적관리제, 동물의약품, 농약 등을 두고 농림부와 식약처가 이원적으로 관리하는 현행 방식을 전반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는 4년 전인 2013년 생산단계는 농식품부에 맡기는 식의 불완전한 형태로 식품안전관리를 통합하면서 예견됐던 문제"라면서 "농식품부에 위탁한 농축산물 안전관리업무를 식약처가 가져와서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생산자 육성부처(농식품부)는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고 규제와 육성은 공존할 수 없다"면서 "식약처는 농식품부에 맡겨놓고 '나 몰라라' 식으로 손을 놓고 있지 말고 소비자 안전을 위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C&I(Communication & Issue)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도 "식약처는 식품안전의 컨트롤타워로서 전열을 가다듬고 문제 농가와 계란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농식품부는 식약처의 진두지휘 아래서 소통하고 보고하는 등 역할을 분담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농축산물 안전관리 예산은 25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농식품부의 올해 농산물 안전성 조사 예산은 201억원이며, 식약처의 축산식품안전관리 예산은 58억원에 그쳤다.
국민의 식료품 지출비용이 매년 415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예산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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