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정관에 "당의 경영 개입" 명문화하는 중국기업 급증

입력 2017-08-17 14:41
회사 정관에 "당의 경영 개입" 명문화하는 중국기업 급증

당 대회 앞두고 본토 상장기업 10% 가까이 정관변경

일 신문 "외자 기업 대중투자 위험 커질 우려, 합작투자 신중한 판단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회사 정관에 "당의 경영개입"을 명문화하는 중국 상장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에 당의 의사가 현재보다 더 강하게 반영되면 합작사업 등을 통한 외국 기업의 중국투자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도 있어 국제 경영 관행과 질서에 맞지 않아 새로운 마찰을 낳을 소지도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7월 1일 현재 상하이(上海)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천304개사와 선전(深천<土+川>)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2천10개사 등 모두 3천314개의 중국 본토 증시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월 말 현재 적어도 288개사가 경영의 기본원칙인 정관에 당의 의사를 반영해 경영활동을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상장기업의 약 10% 가까운 기업이 정관에 "당의 경영개입"을 명문화한 셈이다.

이 중 197개사는 올 4~7월에 집중적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중국은 헌법에 당이 국가를 지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이 국가를 주도한다고는 해도 주주에 일반 투자가가 많은 상장기업의 경영상 결정에까지 당의 관여를 스스로 용인하고 정관까지 바꾼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내에 당의 중심적 지위를 인정한다"거나 "사내에 당조직(=위원회)을 설립한다", "중대한 경영사항을 결정할 때는 사전에 사내 당조직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듣는다", "회사의 경영최고책임자(=동사장· 회장)는 사내 당조직의 책임자를 겸한다"는 내용 등을 정관에 명기했다.

업종도 다양하다. 중국공상은행 등 4대 은행과 유력 철강기업인 바오산(寶山)강철, 통신기업인 중국연합망락통신, 도요타자동차나 혼다자동차와 합작사업을 하는 광저우(廣州) 기차그룹 등이 포함돼 있다.

광저우기차는 사내에 당조직을 만들어 충분한 인재를 배치하고 활동비도 기업이 부담할 것을 보증하는 내용까지 정관에 일부러 집어넣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기업의 이런 정관변경 배경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5년에 한 번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당에 의한 지도를 강화해 체제단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상장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 주석은 전부터 기업에 대한 당의 지배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면 중국기업에 대한 당의 지배는 더욱 확장되게 된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합작상대인 중국기업이 당의 의사에 휘둘리고 간부인사와 신규사업 결정 등에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돼 경영이 정체되는 등의 위험을 안게 되기 때문에 중국투자에 대해 현재까지보다 더 신중한 경영판단이 필요해질 것 같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또 지나친 정치주도로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인 수급사정을 무시하고 수출을 확대해 마찰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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