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웃주민들의 '조용한' 집회…"집회 시위 제발 그만해요"
"새정부 출범 후 3개월간 집회 300회…주민·상인 생존권 위협받아"
경찰 "주민 의견 수렴해 집회 여부 및 시간·용품 제한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청와대 인근인 청운동·효자동 주민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동네에서 연일 벌어지는 집회·시위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며 집회 자제를 요청하는 집회를 열었다.
'청운효자동 집회·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시위를 제발 그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호소문에서 "조용하고 평화롭던 동네가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전국에서 모여든 집회, 시위, 천막농성, 기자회견, 대규모 행진으로 점령당했다"고 토로했다.
대책위가 경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5∼8월 약 3개월 동안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만 집회·시위가 총 300여건 열렸다. 김종구 주민자치위원장 겸 대책위원장은 "경찰 관계자 말로는 이전에 없던 주제의 집회·시위 100여건이 새로 생겼고, 이들 집회가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지역 현안까지 들고 와 마이크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통에 주민의 불편과 고통이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동네에 있는 농아학교·맹학교·장애인복지관이 학습권과 보행 안전을 위협받고 상인들은 가게를 접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고는 하나, 우리 주민의 생존권 역시 위협받고 있다"면서 "일상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집회와 시위를 제발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마이크나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주민센터 건너편에 있는 종로장애인복지관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자신들이 비판하는 집회·시위와 차별점을 두는 모습으로 해석됐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주민들이 '예전처럼 조용히 살고 싶어요'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네 그룹으로 나뉘어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사거리 각 모서리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유성기업 노사갈등 해결을 요구하며 주민센터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유성범대위 조합원 1명이 "집회 신고를 했으니 방해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호소문을 토대로 2차 탄원서를 작성해 청와대·국회·경찰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종로경찰서에 1차 탄원서를 낸 바 있다.
대책위는 이달 초부터 '집회·시위 주민 피해사항' 접수를 받은 결과 열흘 동안 총 105건의 피해사항이 접수됐다면서, "인근의 집회 소리를 자체 측정한 결과 현행법상 주간 소음 기준인 65㏈(데시벨)을 훌쩍 뛰어넘어 최고 90㏈까지 측정됐다"고 경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경찰이 '인권 경찰'을 표방하느라 집회·시위를 느슨하게 관리한 탓에 주민 불편이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6월 말 청와대 앞길이 개방된 후 1인 시위나 소규모 기자회견은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확성장치가 있거나 인원이 많아 집회로 변질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여전히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까지만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데시벨 측정에 관해서 "주민들이 측정한 방법과 경찰이 공식 측정하는 방법이 다소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집시법에 따라 주민 민원이 있고 주거지역의 평온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으면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집회 시간이나 용품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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