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재협상에 日산업계 '울상'…캐나다·멕시코진출 허사될판

입력 2017-08-17 11:43
나프타 재협상에 日산업계 '울상'…캐나다·멕시코진출 허사될판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재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수년간 멕시코와 캐나다 진출을 크게 늘렸던 일본 산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1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수는 작년까지 4년 사이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2012년 545곳이었던 것이 2016년 1천111개사가 될 정도였다.

2005년 일본과 멕시코 간 경제연대협정(EPA)이 발효한 후 일본의 멕시코 투자가 늘었고, 현지 진출 기업들도 급증했다.

상당수가 자동차 관련 기업들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산 멕시코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았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자동차부품 기업은 2012년 이후 110개 회사가 생산설비를 확장했거나 새로 진출했다.





캐나다에도 일본기업들의 진출이 늘었다. 2012년 720개였던 것이 2016년 803개로 증가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 혼다는 미국 디트로이트와 가까운 캐나다 온타리오주(州)를 생산 거점으로 두고 있다.

울상짓는 일본 기업은 주로 자동차 관련 업종이다. 미국이 상향 조정을 주장하고 있는 '원산지 규정'이 있어서다.

이 규정에 따라 현재는 나프타 역내에서 조달한 부품의 비율이 62.5% 이상이면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지만, 미국은 무관세 적용 기준 비율을 끌어올려 미국산 부품이 더 많이 사용되도록 하려 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현재 역외에서 가격이 저렴한 부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기준비율이 높아지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미국의 '환율 조항' 신설 주장에도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

환율 조작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환율 조항이 신설되면 향후 미일 경제대화 등에서 현재의 엔저(円低) 상황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해 온 것을 보고 있다. 시장을 조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나프타 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현지 정부에 나프타 재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멕시코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과 멕시코 정부 관계자가 24일 멕시코에서 모임을 갖고 나프타 재협상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의 일본 상공회의소 간부, 주 멕시코 일본 대사관 관계자 등과 함께 멕시코의 나프타 재교섭 담당 간부를 만나 재교섭 진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본 기업들의 요망을 전달할 계획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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