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선수 변신한 통가 '근육맨' "다음 세대 위해 평창 도전"
"2020년 도쿄에는 다시 태권도에 출전해 첫 승리 따낸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에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단연 통가 선수단 기수였다.
통가의 태권도 선수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34)는 지난해 올림픽 개회식에서 상의를 벗고 우람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입장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비록 실제 경기에서는 1회전 탈락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개회식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지난해 12월 스키 선수로 변신해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혀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올해 2월 핀란드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노르딕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 예선에 출전해 5분 44초 72를 기록, 예선 탈락했다. 1위 선수보다는 2분 30초나 늦었다.
하지만 올해 초에 스키를 처음 시작한 선수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통가는 열대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15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아 동계 스포츠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타우파토푸아는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7일 타우파토푸아의 근황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ESPN은 "타우파토푸아가 눈을 처음 접해본 것은 2016년 초로 불과 18개월 전"이라며 "그는 일반 스키 선수들보다 체중이 10∼15㎏ 더 나가고 후원사도 없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타우파토푸아는 "통가 스키협회는 나와 몇 명의 사람으로 구성돼있다"며 "우리보다 더 큰 목표에 도전하려면 진정한 목표 의식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가 전통 의상을 입고 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했던 기수 출신답게 통가에 대한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세계 지도에서 통가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면서도 "그러나 통가는 태평양 지역 섬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당하지 않은 나라로서 우리는 역사와 문화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통가의 문화를 '전사들의 문화'라고 칭한 그는 "통가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나,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 우리 민족과 통가 사람 그대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우파토푸아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복싱 슈퍼헤비급(+91kg)에서 2위를 차지해 통가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따낸 패아 울프그램을 떠올렸다.
그때 12살이었다는 타우파토푸아는 "그가 귀국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며 "지금도 어디에선가 12살 어린이가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전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금 우리의 이런 마음이 계속되고 다음 세대인 12살 어린이들이 계속 자라나면 언젠가 우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타우파토푸아는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 올림픽에는 다시 태권도 선수로 나가 첫 승리를 따내겠다는 각오도 함께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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