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과정 밝혀라" 감사 청구

입력 2017-08-17 11:01
수정 2017-08-17 13:46
시민단체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과정 밝혀라" 감사 청구

"예비비 44억원 편성 후 홍보비로 절반 이상 사용, 정당했나"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시민단체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7일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예산 편성 및 집행이 적절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전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을 기습적으로 행정예고하고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할 기간에 예비비를 불법 편성해 절반 이상을 홍보비로 사용했다"고 감사 청구 취지를 밝혔다.

2015년 10월 당시 정부는 12일에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다음, 이튿날 국무회의에서 곧바로 교과서 편찬을 위한 예비비 44억원을 편성했다.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국정교과서 홍보비로만 22억원 이상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교과서 국정화가 아니라 여론 형성에 예산을 썼다"고 비판해 예결위 파행을 빚은 바 있다. 다만 2016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행정예고 기간에 교사·학생·학부모는 물론 학계·언론·정치권 등 각계에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여론조사 결과도 반대가 높았다"면서 "행정예고 입법취지대로라면 국정화를 철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교육부는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자마자 국정화 확정고시를 했다"면서 "이는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인 행정예고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킨 처사였고, 애초 국민 의견 수렴은 고려치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 제작 과정에서도 집필진·편찬 기준 비공개 논란이 잇따랐고, 단 1년 만에 졸속 제작된 국정교과서는 숱한 오류와 친일 축소·독재 미화로 외면당했다"면서 "새 정부 들어 국정교과서는 폐지됐으나 이제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들 단체는 국정교과서 예비비와 홍보비 편성·집행이 정당했는지, 집필진·편찬심의위원에 대한 연구비·검토비 지급이 적절했는지 감사해달라고 청구했다. 이달 7∼15일 감사청구인단 786명이 모였고 피감기관으로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기획재정부를 적시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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