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쏟아부은 물류단지에 낯뜨거운 무인텔 "황당"vs"적법"(종합)
200억 혈세 퍼부은 황간 물류단지 노른자위 땅에서 버젓이 영업
영동군 "관련 법 따라 입주 허용" 주민들 "무인텔도 투자유치냐"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군이 민간기업과 함께 2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조성한 황간 물류단지에 버젓이 무인텔이 들어서 영업하는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영동군은 법적으로 물류단지 내 숙박시설 입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혈세를 들여 무인텔 건립을 지원한 꼴이 됐다"며 비난하고 있다.
17일 영동군에 따르면 황간면 마산리 경부고속도로 황간IC 인근 황간 물류단지 안에 최근 지상 3층짜리 무인텔 2채가 나란히 들어서 영업하고 있다.
무인텔이 자리 잡은 곳은 새로 개설된 도로에서 잘 보이는 노른자위 땅이다.
황간 물류단지는 영동군과 동원시스템즈㈜가 공동 설립한 황간물류단지㈜가 2012년부터 3년간 214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26만3천㎡ 규모인데, 도로 등 공공시설을 제외한 분양면적은 17만5천㎡다.
형태는 민·관 공공개발이지만, 준공 뒤 미분양 용지의 80%를 군에서 떠안는 바람에 결국 개발비 대부분을 혈세로 충당했다.
무인텔 업주는 2014년 단지 안 지원시설 용지 1천305㎡를 분양받았다. 당시 분양가격은 3.3㎡당 40만원이었다.
숙박시설을 지을만한 주변 땅값이 3.3㎡당 100만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물류시설의 개발·운영에 관한 법'에는 물류단지 기능증진을 위한 주택과 숙박·운동·위락·근린생활시설을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 군은 이를 적용해 근거로 무인텔(숙박시설) 입주를 승인했다.
군 관계자는 "기타 지원시설로 분류되는 숙박시설 부지는 물류시설(29만9천280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값에 분양됐고, 다른 지역에도 무인텔이 들어선 물류단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주민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인텔이 물류단지 기능증진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주민 신모씨는 "공장이나 창고 같은 생산·유통시설이 들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낯 뜨거운 무인텔이 먼저 자리 잡았다"며 "자칫 물류단지는 물론 지역 이미지 훼손까지 우려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무인텔이 밤마다 네온사인을 환하게 밝히고, 민망한 내용의 현수막 등을 길거리에 내걸면서 지역사회와 갈등도 생기고 있다.
황간면사무소 직원은 "무인텔에서 내건 불법 현수막을 떼어달라는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며 "순박한 농촌이어서 무인텔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곱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간 물류단지는 준공 2년이 넘도록 분양률이 81.5%에 머물고 있다. 물류창고 9곳과 생산시설 8곳, 근린생활시설 9곳과 분양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영동군의회 정진규 의원은 "이유야 어떻든 간에 막대한 혈세를 들인 산업용지에 무인텔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업종"이라며 "분양 당시 숙박시설 형태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좀 더 신중한 결정을 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 당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었고, 용지 분양 계약 주체도 민간과의 합작 법인이었다"며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지 내에 무인텔과 함께 원룸 형태의 오피스텔도 들어섰는데, 근로자의 주거공간이나 이용객 휴식 기능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입주 업체 유치 등에 긍정적인 기능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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