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차 살얼음에서 KIA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임창용
동행 야구의 '백미'…임창용 후반기 평균자책점 1.64로 회복세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16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김기태 KIA 감독은 4-3으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9회 초 팀의 4번째 투수로 임창용(41)을 마운드에 올렸다.
승리에 필요한 1점의 리드를 지키고자 김 감독이 빼낸 카드는 '명승부'의 주역 '창용 극장' 임창용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이기는 쪽에선 불안감이, 쫓아가는 쪽에선 희망이 생생하게 교차했다.
임창용은 첫 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데 이어 폭투로 2루로 보냈다.
안타 1개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손시헌은 번트 실패 후 안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2루수 안치홍의 호수비에 걸려 직선타로 물러난 뒤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숨을 돌린 임창용은 몸을 날린 우익수 로저 버나디나의 두 번째 호수비로 강진성을 파울 플라이로 잡고 배턴을 임기준에게 넘겼다.
NC 타선의 날카로운 타구를 사실상 몸으로 막아낸 덕분에 KIA의 4-3 승리로 끝나면서 임창용은 시즌 6번째 홀드(7승 5패 7세이브)를 올렸다.
선두를 질주하는 KIA의 최대 약점은 누구나 다 알듯 허약한 불펜이다. 1이닝을 믿고 맡길 셋업맨과 소방수가 없어서 집단 마무리 체제로 시즌을 치른다.
'지키는 야구'의 비중이 훨씬 큰 포스트시즌에서 현재 KIA 구원 투수진이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만 못한 임창용을 절체절명의 순간 계속 중용하는 김기태 감독의 용병술은 동행 야구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부진한 주전과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 스스로 회생할 수 있도록 유도해 함께 가는 동행 야구는 올 시즌을 관통하는 KIA 야구의 모토다.
김기태 감독은 평균자책점 3.75,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56의 '평범한' 구원 투수 임창용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전성기 시절 최고의 소방수로 한국과 일본을 평정한 임창용이 자존심을 되찾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KIA의 한 관계자는 "마땅한 대안도 없지만, 고육책이라기보다는 베테랑 임창용의 기를 살리고 그를 끝까지 믿는 감독님의 동행 야구"라고 김 감독의 임창용 기용법을 평했다.
현재 KIA의 필승 계투조로 뛰는 김윤동(4천700만원), 심동섭(1억1천만원), 김세현(2억7천만원), 임기준(3천700만원)의 연봉을 합해봐도 임창용(5억원) 1명에게 못 미친다.
구위는 예전만 못하나 임창용이 최고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도록 김 감독은 돗자리를 깔아준 셈이다.
감독의 신뢰에 임창용도 성적으로 화답한다.
전반기 4점대 후반으로 치솟은 그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11경기에서 1.64로 크게 떨어졌다. 피안타율도 0.184로 개선됐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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