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통령, 중남미에 北단교 촉구…"칠레와인으로 돈 못벌게해야"(종합2보)
펜스 "김씨 정권 '외교고립' 중요"…칠레 대통령 "북핵 외교적 노력 지지"
北에 와인·석유 등 수출 중남미국, 아직 단교 계획 없다고 선긋기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칠레·브라질·멕시코·페루 등 중남미 4개국에 북한과의 외교·통상 관계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중남미 순방 중인 펜스 부통령은 이날 칠레 산티아고에서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오늘 칠레에 강하게 촉구한다. 동시에 브라질과 멕시코, 페루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외교·통상 관계를 모두 단절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행정부는 북한 김 씨 정권에 대한 외교적 고립 여부를 굉장히 비중 있게 보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외교 고립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해법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4월 말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정지하거나 격하해야 한다"며 단교를 압박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북한이 칠레산 와인을 사들여 되파는 방식으로 경화(hard currency)와 물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특별히 칠레 정부가 칠레산 와인을 (대북 교역이 금지되는) 사치품으로 재분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치품으로 재분류하면 미국의 현행 대북 제재에 따라 칠레산 와인을 이용한 북한의 '돈벌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국 경제복합성관측소(OEC)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5년 6만5천 달러(약 7천384만 원) 상당의 칠레산 와인을 수입했다. 칠레는 유럽 이외 국가 중 최대 와인 수출국이다.
이날 북한과의 단교를 요구받은 중남미 주요 4개국은 사실 북한과 의미 있는 수준의 무역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로이터와 AFP통신이 전했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지난해 북한에 210만 달러(약 24억 원) 어치의 커피, 육류, 담배, 가죽 제품 등을 수출했고, 북한으로부터 870만 달러(약 99억 원) 상당을 수입했다.
2015년 기준으로 멕시코는 4천500만 달러(약 511억 원)의 석유를, 페루는 2천200만 달러(약 250억 원)의 구리를 각각 북한에 수출했다고 OEC는 밝혔다.
또 펜스 부통령은 대북 해법과 관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등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중국의 새로운 압박이 평화적 해법으로 가는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세계 각국의 지지를 결집해왔다"며 "오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한 것처럼 북한의 도발과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다루는 데 있어 진전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훨씬 더 많은 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괌 포위사격 유보 결정을 칭찬한 것을 가리킨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북한과의 단교를 요구받은 중남미 4개국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펜스 부통령과 만난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북핵 프로그램'에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대북 단교 요구에는 공개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해 모든 외교적 노력과 대화를 요구한다"며 북한과의 6자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칠레 외무부 에랄도 무뇨스 대변인도 AFP에 "우리는 미국의 요청을 존중하지만 칠레는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모든 제재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는 가깝지 않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외무부 대변인도 로이터에 "브라질은 다자기구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만 답했고, 페루 정부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아직 직접 요청을 받지 않았다며 "현재 어떤 조치도 계획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페루는 몇 개월 전 핵·미사일 도발과는 무관한 다른 사안으로 북한 대사관에 직원 수를 줄이라고 요구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