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던 청와대였는데"…대통령 만난 세월호가족 '감사'
(안산=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목 놓아 울부짖어도 안 들여보내 주길래 철옹성인 줄 알았는데…청와대는 그런 곳이 아니더군요."
3년 전 세월호 참사로 맏딸 김초원(당시 26세) 단원고 교사를 잃은 아버지 김성욱(59)씨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앞 분수대와 인근 동사무소에서 아무리 '만나달라'고 빌어도 만나주지 않길래 청와대는 경비가 무척 삼엄한 곳인 줄 알았다"라면서 "그러나 이날 활짝 열린 청와대 문과 가족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을 보니 청와대는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그는 문 대통령에게 "초대해줘서 고맙다. 죽을 때까지 은혜를 갚겠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김씨는 기간제 교사였던 딸의 순직을 인정받기 위해 지난 시절 오체투지는 물론 서명운동까지 안 해본 것 없을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왔다.
문 대통령은 흐느끼는 김씨를 끌어안으며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인데 늦어서 미안하다"라고 다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통령과 면담한 1시간 30분은 그 어느 때보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라면서도 "오늘을 계기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추모공원 설립 등 앞으로 남은 과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고, 두 번 다시는 세월호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끝까지 노력해줬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꾸려진 목포 신항에서 청와대를 찾은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도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유씨는 "가족의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매일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으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고 있다"라며 "그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우리를 청와대로 초청해 아픔을 다독여 준 것에 위안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부가 가족들과 자리를 종종 마련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와대에서 피해자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피해자 가족을 대표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3년 넘도록 함께 한 국민이 있어 이 자리가 가능할 수 있었기에 국민 여러분께 가장 큰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전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응당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재건하고 안산이 안전생명 교육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면담에는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2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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