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유관순 열사 홀대…서훈등급 조정 검토"
국무회의서 독립유공자 발굴사안 등 '실제 토론'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유관순 열사의 법률상 서훈등급과 우리가 알고 있는 그분의 상징적 의미가 차이 나 그분의 위상이 홀대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훈등급 조정 검토를 제안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전날 유관순 열사 유족으로부터 '서훈등급 상향 건의서'를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전날 광복절을 맞아 유관순 열사 생가와 아우내장터를 방문했다가 유족을 만났다.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현황에 따르면 김구·이승만·안창호·안중근 등 30명이 대한민국장(1등급)이고, 신채호·신돌석·이은찬 등 93명은 대통령장(2등급·93명)으로 분류돼 있으나 유 열사는 이들보다 낮은 단계인 독립장(3등급)에 포함돼 있다.
이처럼 서훈등급이 낮아 유 열사 추모식에는 대통령 조화도 보내지지 않았다.
이 총리는 "여성 독립운동가가 200여 분 정도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더 많이 발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임청각에 가보니 독립운동가 아홉 분의 훈장이 전시돼 있었는데, 그 훈장 밑에 한 분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설명하는 분의 모친 사진인데, 법적으로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모친을 빼고서는 가문의 독립운동을 설명할 수가 없어서 사진을 모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이 독립운동에 기여하는 방식이 남자와 반드시 같을 수는 없으므로, 독립운동 당시 상황과 환경에서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감안해 독립운동가 선정·발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519년에 지어진 임청각은 경북 안동에 살았던 고성 이씨 종택으로,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독립운동 유공자 9명이 태어난 조선 중기의 고택이다.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으로 지난 10일 여름 휴가 때 이곳을 방문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이 총리의 제안에 대해 "법률과 문화적 측면에서 그 같은 내용을 검토해 위상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여성독립운동협회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여성독립 운동가들을 발굴하고 기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국무회의는 통상 50분∼1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날은 독립유공자 지원 사업 등과 관련해 장관들이 '실제 토론'을 하면서 30분 정도 더 길어졌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 따른 후속조치로 3개 분야 15개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하자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대통령께서 독립유공자 3대까지 예우를 강화하겠다셨는데 2∼3대 자손도 고령이어서 사실상 그 후손에게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참여정부 당시 독립유공자 자손들에게 자판기, 매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한 바 있는데, 실제로는 후손들 참여가 전무한 상태"라며 "후손들 가운데는 이 사업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울면서 하소연하는 분도 있다"고 거들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독립유공자의 4대 후손까지 지원토록 하는 법안이 제출됐으나 현재 계류 중"이라고 말했고, 보훈처장은 이런 점들에 관해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 이 총리는 '살충제 계란' 문제와 관련해 농림부·식약처·행안부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왜 살충제 계란이 나온 것인가' 등 각종 의문점에 대해 국민께 알기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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