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PD들 "외주제작 노동권 보호하는 특별법 만들어야"(종합)
"저작권 인정과 제작비 현실화 시급…종편·케이블이 착취 더 심각"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독립 PD들이 외주 제작자들에 대한 방송국들의 불공정한 대우를 바로잡고자 토론회부터 특별법 추진까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외국에서 EBS '다큐프라임'을 촬영하던 박환성·김광일 PD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을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국독립PD협회 산하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방불특위)와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0개 단체는 1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고(故) 박환성·김광일 PD는 출국 전까지도 다큐 제작을 위한 국가지원금 일부를 EBS가 간접비 명목으로 가져가려는 것을 비판했다"며 "외주제작 생태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또 다른 죽음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91년 도입한 외주정책의 취지는 방송콘텐츠 다양화와 시청자 서비스 확충이었고, 일정 부분 달성했다"면서도 "방송사와 독립PD, 원·하청 관계에 문제가 분명히 있다. 공정한 갑을관계 정립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존엄성과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한 관행의 대표 사례로는 방송국이 외주 제작 작품에 대해 제작비를 100% 지불하지도 않으면서 그 저작권을 가져가는 것을 들었다. 이들은 박환성·김광일 PD의 죽음에 대해 "부족한 제작비를 아끼려다 비명에 횡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저작권 침해는 EBS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외주제작자에 대한 착취는 TV조선, 채널A, MBN, JTBC 등 종합편성채널과 CJ E&M 등 케이블 채널에서 더 심각하게 이뤄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가 인상분을 반영한 제작비 현실화, 외주 제작자의 저작권 인정, 정부 제작지원금을 협찬으로 간주하는 행위 중단, 제작사 복수 선정으로 출혈경쟁 조장하는 관행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한국독립PD협회 등은 구체적인 활동 계획과 일정도 제시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EBS 사건을 조사하고 EBS의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를 통한 방송국 실태조사도 추진한다.
2단계로는 관련 단체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어 문제를 공론화하고, 마지막 단계로 국회와 협력해 외주 제작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국민의당 김경진,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참석했다.
협회는 목표 달성까지는 총 1년 2∼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송규학 독립PD연합회 회장은 "방송국들이 불공정한 행위를 '갑질'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게 가장 문제"라며 "공정한 외주 제작 시스템 수립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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