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취임 100일 맞은 文대통령, 지금부터 더 중요하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회견을 열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등 국정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현직 대통령 탄핵사태와 조기 대선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을 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0일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문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당선 확정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해야 했지만, 적폐청산과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 한반도 평화구상 등 큰 틀의 국정 어젠다를 신속히 제시하면서 국정을 무리 없이 이끌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70%를 웃도는 높은 지지율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1천2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 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78%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대로 '불통과 권위'로 상징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장에서 시민들과 어울려 셀카 사진을 찍는가 하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선 희생자 유족을 감싸 안는 등 파격적인 소통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6일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하기도 했다.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국정의 양대 축으로 삼은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개혁의 수술대에 올려놓은 점도 평가할 만하다. 정치개입과 불법사찰 의혹이 드러난 국가정보원과 '돈봉투 사건'으로 치부를 드러낸 검찰, 방산비리가 불거진 군(軍)에 대한 개혁작업에 착수해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등 경제정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직후 곧바로 국정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켜 5년간의 정책 청사진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내각 인선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부실한 인사 검증시스템은 안경환 전 법무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노동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낙마로 이어졌다. 또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중단을 포함한 탈원전정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의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식'으로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론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낙제점" "내로남불 100일"(한국당) "달콤하고 솔깃한 정책으로 국민을 최면과 환각에 빠트렸다"(국민의당), "서툴러 국민이 불안하다"(바른정당) 등 야당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100일은 일단 합격점을 줘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임기 5년을 놓고 볼 때 100일은 막 출발선을 지난 시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2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시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안보 문제를 잘 다뤄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쥐려는 이른바 '운전자론'도 좋지만, '코리아 패싱' 우려가 상존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협치와 국민통합 노력에 더욱 힘을 쏟기를 기대한다. 인재 등용에서도 진보, 보수나 출신 지역을 가리지 않고 능력 위주로 발탁해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의 틀'을 강화해야 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 당장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465건의 법률 제·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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