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의 시작은 욕설"…중학생들의 욕설 없는 학교 만들기

입력 2017-08-16 15:51
"학교폭력의 시작은 욕설"…중학생들의 욕설 없는 학교 만들기

충남 강경중 학생·교사·학부모 언어문화 개선 토론회

(논산=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저희 학생들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음껏 욕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이 흡연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듯이 저희도 마음껏 욕설할 수 있도록 욕설 구역을 허용해 주세요."



충남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2학기 개학 첫날 욕설 없는 학교를 만들자며 전교생 토론회를 열었다.

논산 강경중 학생회는 16일 오후 학교 강당에서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욕설을 없앨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학생 대표 6명을 비롯해 교사와 학부모까지 참석했고, 전교생이 질의·응답을 하며 욕설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 학생은 토론회에서 "친구들 간의 싸움 등 학교폭력의 상당수는 욕설부터 시작한다"며 "욕설을 주고받다가 감정이 격해져 싸움으로 이어지는 만큼 욕설을 자제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3초 동안 생각한 뒤 말하기', '욕설하다 적발되는 경우 벌점 부여', '학급마다 금지 욕설 정해 실천하기' 등을 제안했다.

한 학생은 "학생들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욕설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어른들의 흡연구역처럼 우리에게도 마음 놓고 욕설을 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병동 강경중 교장은 욕설 구역 제안에 "교장실을 빌려줄 테니 편하게 이용하라"고 답변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학교 학생회가 최근 재학생 126명을 대상으로 한 학생 언어사용 실태조사 결과 학생들은 언제 욕설을 하느냐는 질문에 '화가 날 때'라는 응답이 50%로 가장 많았고 '상대가 욕설을 할 때'(33%), '나도 모르게'(30%)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욕설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상대가 욕설할 때'라는 응답은 35%였고, '먼저 작정하고'라는 응답도 24%였다. 학생들의 95%는 욕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국현 학생회 부회장은 "친구 사이의 건전한 우정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생회를 중심으로 욕설하지 않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며 "이번 토론회를 우리 스스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이명근 교사는 "새 학기를 맞아 학생의 눈높이에서 스스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자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데 의미가 있다"며 "학급 별로 욕설하지 않기 다짐문 작성 등 실천을 위한 후속조치가 뒤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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