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도 노예 소유, 동상 치워야하나" 트럼프 발언 논란

입력 2017-08-16 15:49
"조지 워싱턴도 노예 소유, 동상 치워야하나" 트럼프 발언 논란

'폭력시위 촉발' 남부연합 동상 철거 거론하다 개국 공신과 비교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적 인물인 남부연합(Confederate) 로버트 E. 리 장군을 '건국의 아버지' 전직 대통령들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로버트 E. 리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군을 이끈 인물이다. 지난 주말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그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 결정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를 촉발했다.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샬러츠빌 시위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리 장군 동상을 지키려고 모인 일부 시위대를 옹호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장군 동상이 쓰러지는 것에 항의하려고 그곳에 많은 사람이 있었다"라며 "이번 주는 로버트 E. 리고, 스톤월 잭슨(남북전쟁 당시 남군 장군)도 무너진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는 조지 워싱턴, 그다음 주는 토머슨 제퍼슨일까? 여러분은 이것이 어디서 멈출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미국 개국 공신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도 노예 소유주였다. 그래서 조지 워싱턴은 이제 그의 지위를 잃는가? 조지 워싱턴 동상을 치울 것인가? 토머스 제퍼슨은 어떤가? 그가 노예 소유주였다고 그의 동상을 치울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그는 샬러츠빌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동상이 있는 곳의 지역사회나 연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리 장군 동상 철거 문제를 언급하면서 노예를 소유한 워싱턴·제퍼슨 전 대통령을 끌어들인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많은 역사학자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애넷 고든-리드 하버드대 역사·법학 교수는 리 장군 동상 철거가 워싱턴과 제퍼슨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냐는 질문에 '노'(No) 라고 답했다.

고든-리드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미국 건국을 도운 워싱턴과 제퍼슨 같은 지도자와 이에 맞서 무기를 든 리 같은 남부연합 장군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며 "이들을 비교하는 것은 남부연합의 도덕적 문제를 오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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