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들, 일본 압력에도 소녀상 자리 내준 교회 응원

입력 2017-08-16 14:34
호주 한인들, 일본 압력에도 소녀상 자리 내준 교회 응원

소녀상 1주년에 1만 달러 기부…교회 활동에도 참여 늘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 처음으로 소녀상을 설치하도록 흔쾌히 공간을 내준 교회 측과 소녀상 건립에 톡톡히 역할을 해온 한인들 간의 우의가 빛을 발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공동대표 강병조·박은덕)는 지난 13일 시드니 애시필드 연합교회(목사 빌 크루스) 측에 1만 호주달러(약 9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 돈은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 1주년을 기념, 지난 5일 교회 내에서 연 바자 수익금과 후원금을 모은 것이다.

위원회의 정영란 사무국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바자에 왔고 물건을 샀다"며 "배지 등 소녀상 기념품을 사러 일부러 먼 곳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교회 측은 이 기부금을 교회 앞마당 정원 조성 비용에 보태기로 했다.

정원이 조성되는 대로 교회 뒷마당에 자리 잡은 소녀상은 앞마당으로 이전된다.

박은덕 대표는 "조그마한 바자로 생각한 크루스 목사님이 1만 달러 기부금을 받고는 매우 놀라워했다"며 "소녀상이 인권에 관심이 많은 사람뿐만 아니라 대다수 한인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점차 이해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시드니 한인들은 지난해 자칫 소녀상이 제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사정에 빠질 수 있을 때 일본 측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소녀상 건립에 힘을 실어준 교회 측을 지원하며 보답하고 있다.

한인 약 10명은 아예 이 교회로 적을 옮겼고 일부는 피아노를 기부하는 등 교회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소녀상 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다.

또 시드니에 소녀상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국은 물론 이웃 뉴질랜드에서 온 한인들이 방문해 조용히 기도하거나 꽃을 남겨놓고 가기도 한다.

일부는 메모지에 글을 남기는 만큼 아예 작은 우체통을 마련해 한쪽에 두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크루스 목사도 한인들의 요청에 언제든 화답하며 우의를 더욱 키워가고 있다.

박 대표는 "소녀상 건립 1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이를 방해하려고 일본 부총영사가 연합교회 교단의 전국 총회장을 만나려 했으나 무산됐다"며 "내 눈에 흙이 들어가더라도 꿈쩍도 안 할 것이라는 목사님의 말을 듣고 울컥했다"라고 전했다.

인권운동가로도 잘 알려진 크루스 목사는 취약계층을 돕는 '엑소더스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29년 동안 매일 노숙자에게 밥을 제공하고 있다. 또 오랫동안 주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해 호주 기독교계에 영향력이 클 뿐만 아니라 달라이 라마 등 해외 많은 인사와도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위원회는 내년 3월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크루스 목사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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