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외형·이익 동반성장…"IT 쏠림 현상은 문제"

입력 2017-08-16 13:07
상장사 외형·이익 동반성장…"IT 쏠림 현상은 문제"

불황형 흑자 탈피…하반기 호실적 기대 '여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올해 상반기에 상장사들의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성장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타고 그동안의 불황형 흑자를 탈피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과 금융 등 일부 업종에 실적 개선이 편중된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또 하반기 실적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런 편중 현상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외형·이익 동반 성장…'마른 수건 짜기' 탈피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33개사(연결재무제표 제출 710개사 중 금융업 등 77개사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910조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8.20% 늘었다.

작년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0.64%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78조원과 61조원으로 각각 19.19%, 24.44% 늘어 수익성은 한층 더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익지표도 개선됐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59%, 매출액 순이익률은 6.67%로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0.79%포인트와 0.87%포인트 올랐다.

상장사들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약 86원의 영업이익을 남기고 이 중에서 67원 가까이 손에 쥐게 됐다는 얘기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팀장은 "매출액과 이익 모두 성장세를 유지한 점이 긍정적"이라며 "글로벌 경제 회복에 수출기업, 특히 IT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상반기 실적도 많이 늘어났다.

분석 대상 744개사의 상반기 연결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11.39% 늘어난 6천164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22.64%, 순이익은 44.82% 증가했다.

다만 2분기 실적만 보면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 간에 온도 차가 있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59조원과 39조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각각 1.61%와 1.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순이익은 29조원으로 8.14% 감소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2분기 매출이 38조8천750억원으로 1분기보다 5.81%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89%, 99.50% 불어났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2분기에는 소비재나 자동차 등의 이익 모멘텀이 둔화하면서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 쾌속 성장한 IT·금융 업종 하반기엔 걱정거리?

IT와 금융 등 일부 업종에 이익 성장세가 집중된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79%, 11.36% 늘어났다.

이는 삼성전자를 포함했을 때의 증가율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증권업을 중심으로 금융업종의 실적 개선세도 두드러졌다. 금융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45.7%와 26.8% 늘었다.

다만 은행업은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25%가량 줄면서 수익성 개선 폭이 이미 둔화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IT업종의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개별 기준으로 IT업종 385개사의 올해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10.97%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5.90%와 55.14% 증가했다.

이처럼 일부 기업이나 일부 업종에 편중된 실적 증가는 향후 증시에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IT업종의 이익 모멘텀만 둔화되더라도 실적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마켓전략실 팀장은 "이익 모멘텀이 소수 업종에 치우쳐져 있다"며 "상반기에는 IT를 중심으로 실적이 좋아졌는데 하반기에는 기대치가 높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003530] 리서치센터장도 "실적 개선이 IT 등 특정 섹터에 집중돼있다 보니까 하반기에는 IT를 중심으로 실적이 둔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는 올해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는 유지하고 있다.

김형렬 팀장은 "3분기에도 상장사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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