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현장 아쉬웠던 시민의식…늑장 신고에 핸드백도 가져가(종합)

입력 2017-08-16 17:25
수정 2017-08-16 21:47
폭행현장 아쉬웠던 시민의식…늑장 신고에 핸드백도 가져가(종합)

경찰 "상황이 너무 과격, 목격자들 쌍방폭행 시비 걱정한 듯"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도심 데이트폭력 방관자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해자는 경찰을 따돌리며 사라졌고, 방치된 피해자 가방은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가 훔쳐 달아났다.



지난달 24일 식당가와 아파트촌이 뒤섞인 광주 서구 치평동 거리에서 비정한 세태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모(59)씨의 폭행은 오후 10시 20분께 김모(59·여)씨 원룸 안에서 시작돼 도로변으로 장소를 옮겨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이들은 사건 당일까지 세 차례 만났던 사이로 전해졌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씨는 집 밖으로 뛰쳐나와 4차로 도로를 왕복하며 달아났고, 주씨는 집요하게 뒤쫓으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주씨는 김씨가 더는 달아나지 못하도록 발목을 짓밟아 뼈까지 부러뜨렸다.

당시 주변에는 거리를 지나던 행인과 차를 몰고 귀가하는 시민이 여럿 있었지만, 주씨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씨는 112상황실에 4통의 신고전화가 잇따라 접수되는 동안 구경꾼 사이를 유유히 헤치며 경찰을 피해 도주했다.

그 사이 도로에 방치돼 있던 김씨의 핸드백은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가 집어갔다.

손목에도 골절상을 입은 김씨는 전치 7주가량 상해 판정을 받았다. 경찰의 도움으로 상처 치료와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주씨는 3주가량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광주의 화상경마장 앞에서 잠복 장인 경찰관에게 긴급체포됐다.

그는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김씨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흉기까지 휘둘렀던 주씨에 대해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상황이 너무 과격해서 목격자들이 김씨를 도우려고 나섰다가 자칫 쌍방폭행 시비에 휘말릴까 걱정한 듯하다"며 "이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지만 신고가 더 빨랐다면 주씨를 현행범으로 검거할 수 있었고, 김씨 부상 피해도 줄였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경찰은 김씨의 핸드백을 집어간 승용차 운전자의 행방도 쫓고 있는데 분실물센터 등을 통해 돌아온 소지품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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