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광주 원정…이호준 "야구장에 예의 지키겠다"
1994년 해태에서 데뷔…현역 최고참·최고령
"은퇴식, 기대도 안 했는데 내가 잘살았구나 싶다"
(광주=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994년 프로에 입단, 올해로 프로 24년 차를 맞이한 이호준(41·NC 다이노스)은 KBO리그 현역 최고령이자 최고참 선수다.
이번 시즌으 ㄹ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에게 15∼16일 KIA 타이거즈와 2연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고향이자 처음 야구를 시작한 곳에서의 마지막 경기라서다.
1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호준은 20년 전 사진 한 장으로 추억에 잠겼다.
1997년 해태 타이거즈의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장면을 담은 사진에는 20년 전 앳된 이호준의 얼굴도 있었다.
1994년 해태(현 KIA)에 투수로 입단한 이호준은 타자로 전향해 1997년 한국시리즈에 출전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해태'의 마지막 우승을 경험한 건 이호준과 임창용(41·KIA) 둘뿐이다.
사진을 본 이호준은 "아…(김)상진이랑 했던 때구나"라며 갑작스러운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비운의 아기호랑이' 김상진을 떠올렸다.
광주 중앙초-충장중-광주제일고 출신인 이호준의 어린 시절 영웅은 해태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선택한 등번호도 '홈런왕' 김봉연의 27번이었다.
해태 입단 후에는 38번을 달았던 이호준은 SK로 옮긴 후에야 다시 27번을 달아 이제 NC에서 27번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호준은 "광주에 올 때부터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등구장에서 첫 게임 투수로 올라갔던 것부터 다 생각난다. 예전에는 막연히 '광주에서 끝내면 좋겠다' 싶기도 했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올해를 끝으로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도 유니폼을 벗는다.
한국 야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이승엽을 위해 KBO와 나머지 9개 구단은 공식적으로 은퇴 투어를 진행 중이다.
이호준 역시 '미니 은퇴 투어'를 시작했다. SK는 9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전 캡틴' 이호준을 위해 경기를 앞두고 작은 은퇴식을 열었고, 두산 베어스도 13일 잠실 경기가 끝난 뒤 그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호준은 "사실 생각도 못 했는데 SK와 두산 모두에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받을 선수는 아닌데 해주는 거 보니 내가 잘살았구나 싶다. 동생들에게 고맙다"며 웃었다.
현재 이호준의 역할은 지명타자 혹은 대타다. 출장 경기 수는 줄었지만, 적은 기회에도 타율 0.299에 OPS(출루율+장타율) 0.831을 때릴 정도로 실력은 죽지 않았다.
이호준은 "안타를 치든 못 치든 야구장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다. 야구장에 대한 예의는 바로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NC는 15일 KIA전에서 2-4로 졌지만, 7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호준은 3회 양현종을 상대로 시즌 3호 솔로포를 터트렸다.
하지만 이호준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리그 3위 NC는 1위 KIA와 '가을야구'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호준은 "사실 가을야구가 남아서 (광주가) 마지막이라고 해도 슬프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우승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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