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달러 투자한 중국, 베네수엘라 정정불안에 '움찔'
"'차이나 머니' 동원한 영향력 확대, 한계 드러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동원해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시절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베네수엘라 투자액은 중국건설은행 차관액만 따져도 370억 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차베스 전 대통령의 반미 정책과 막대한 원유 매장량에 이끌려 베네수엘라에 차관과 기술, 인력을 제공하며 투자를 확대해왔다.
160년 전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 이민은 최근 수년간 크게 늘어 베네수엘라에 거주하는 중국인 수는 40만 명을 헤아린다.
하지만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정정불안과 원유 가격 폭락은 중국의 막대한 투자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2013년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출범했지만, 야당과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주요 도시에서는 폭력과 방화, 약탈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을 때 세워진 차베스 전 대통령의 방만한 복지 정책은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와, 베네수엘라 전역에 살인적인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경제 혼란을 불러왔다.
현금이 아닌 원유로 상환해도 좋다는 관대한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한 중국이지만, 국제 유가 폭락 등으로 원유 상환마저도 제때 이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최근 수년간 중국으로 돌아온 중국인은 5만 명을 넘어선다.
75억 달러(8조6천억원) 규모의 고속철 건설사업과 곳곳의 공장, 건설현장 등 중국이 투자한 대부분의 베네수엘라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베네수엘라에서 곧바로 철수한다면 중남미 국가들의 신뢰를 잃어 이 지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
3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등 막대한 '차이나 머니'로 세계 곳곳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중국은 리비아와 베네수엘라 사태 등으로 이러한 확장 정책을 심각하게 재고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리비아에도 막대한 투자를 했으나, 시민혁명에 이은 내전을 견디지 못하고 2011년 3만여 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리비아에서 탈출시켜야 했다. 리비아에 투자한 대부분의 사업 또한 포기한 상태다.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전국금융공작회의에서는 해외 투자와 사업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중문대학 국제연구소의 사이먼 션은 인권을 중시하는 서방국과 달리 제3세계 정치에 대한 '불간섭주의'를 내세우며 차이나 머니를 투자해온 중국의 정책이 기로에 놓였다며 "이제는 경제적 수익에 대한 더 명확한 조건과 목표를 세우고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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