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서울 도심서 진보단체 "사드 철회·한미군사훈련 중단"(종합)

입력 2017-08-15 18:01
광복절 서울 도심서 진보단체 "사드 철회·한미군사훈련 중단"(종합)

日대사관 앞서 한일군사협정 폐기·과거사 해결 요구도 잇따라

보수단체도 집회 열고 육영수 추모·"건국절로 개칭" 주장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이효석 김예나 기자 = 72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에서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철회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 등 20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8·15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6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15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추진위는 결의문에서 "한반도 방어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사드의 망령이 이 땅을 떠돌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한반도 사드배치를 강요하지 말라. 문재인 정부는 사드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사드배치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정부가 예방전쟁, 한반도에서의 무력 사용을 운운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권리는 없다"며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 앞에서 적대적인 한미연합 전쟁연습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집회를 마치고 나서 빨간 우산을 들고 다 같이 '아리랑'을 부르며 광화문광장, 주한미국대사관을 거쳐 주한일본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애초 추진위는 이날 주한미국대사관을 에워싸는 '인간 띠 잇기'를 계획했으나 법원의 불허로 불발됐다.

추진위는 "중대시국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위수령, 계엄령, 긴급조치를 남발하던 독재정권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오후 2시에는 서울광장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광복절은 나라를 빼앗긴 민중의 삶이 얼마나 참혹한지 기억하는 날"이라면서 "오늘날 북미 대결 구도로 전쟁위기가 또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운전대'를 잡겠다고 선언해놓고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6·15와 10·4 남북공동선언 정신을 계속 부정하면 노동자들이 운전대를 잡겠다"고 결의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낮 12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8·15 민족통일대회'를 열고 "한미군사훈련 등 한반도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광복의 자주정신으로 전쟁위기를 넘어 한반도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오후 2시께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전국여성연대·성주여성대책위 등 여성단체들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여성대회를 열었다.



외교부와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도 잇따랐다.

진보성향 대학생 모임 '2017 대학생통일대행진단 준비위원회'와 대학생겨레하나·평화나비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외 군사 의존도를 강화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재검토하겠다면서 한일군사협정은 안보 위기를 이유로 문제 제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일본에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할 수 있는 시한인 이달 24일까지 9일 남았음을 강조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 서울운동본부(서울겨레하나)도 오후 1시께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한편,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을 포함한 과거 침략지배 사실을 모두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조선의열단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만든 단체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절을 '8·15 전승절로 개칭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대한민국도 전승국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미·일 비밀 회담 후 한국은 초청 대상에서 전격 제외됐다"면서 "전승국 지위를 되찾고 독립선열의 투쟁을 승리의 역사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수성향 단체들도 이날 대규모 집회를 열고 1974년 광복절에 사망한 박근혜 전 대통령 모친 육영수 여사를 추모하는 한편,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요구하고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자고 입을 모았다.

현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대한애국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에서 이 같은 내용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 육 여사 묘역에 참배한 조원진 의원은 "지금 북한 핵과 김정은을 덜어내지 못하면 그의 적화 야욕에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인권을 유린하는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종북좌파에게서 대한민국을 구하도록 애국심으로 뭉치자"고 발언했다.

정미홍 창준위 교육위원장은 "오늘은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라면서 "1945년 오늘은 일왕이 항복을 발표한 날일 뿐이고, 1948년 8월 15일이 이승만 대통령께서 나라의 기본을 세우신 건국절"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이지만 대선 후에 현 새누리당 계열과 갈라선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과 애국단체총협의회, 엄마부대 등은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8·15 구국국민대회'를 열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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