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5일부터 전면금수 앞두고 中단둥서 北 밤샘 밀어내기 수출
전날 밤늦게 압록강대교에 트럭 장사진…해관앞 도로 수십대 대기
무역상 "밀무역 기승 우려…소형선박 공해상 거래 가능"
(단둥<중국 랴오닝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미국과 연합국(유엔)이 제재를 강화한다는 소문이 나서 며칠 전부터 밤마다 난리입니다. 이번엔 좀 강력한 제재가 시행된다고 하니 조선(북한)의 반응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중국 정부가 15일부터 북한산 석탄과 철·수산물 등을 전면 수입금지한다고 밝힌 14일 밤 북중접경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선 북한의 막판 '밀어내기 수출'이라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관세청)가 전날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대외무역법에 근거해 일부 북한산 제품 수입을 금지키로 하자 북한이 해당 품목을 합법적으로 중국에 수출할 마지막 시한까지 수출물량을 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때문에 전날 밤늦게까지 북한의 무역차량이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넘어오는 수백대의 대형트럭과 승합차 등이 줄을 이었다.
전날 오후 9시께 해관(세관) 앞 도로에서 만난 주민 레이(雷)씨는 "원래 오후 5, 6시가 되면 조선 차량들이 다리를 건너 해관에서 통관절차를 밟고 해가 저물면 안 다니는데 얼마 전부터 깜깜한 밤에도 계속 넘어와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알고보니 내일(15일)부터 수출이 중단된다고 해서 그런가 싶었다"고 말했다.
단둥해관 앞 도로는 이날 밤새 '평북'(평안북도) 번호판을 단 대형트럭들이 통관을 거쳐 단둥시내로 유입되는 바람에 매우 북적이면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통상적인 업무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해관에서는 무역차량에 대한 통관절차를 진행하고 있었고, 수입품목을 확인하려는 중국인 무역상 수십명도 차량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들 차량이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차지하는 바람에 승용차와 일반 차량은 1차선으로 간신히 통행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국적의 한 조선족 무역상은 "조선의 수출품 중 무연탄과 철광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석탄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수입이 금지됐고 이번에 철과 철광석이 모두 금지돼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단둥에서 조선과의 경제교류를 통해 먹고사는 무역상들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해관 앞 도로는 북한에서 건너오는 차량 외에도 다음날 신의주로 돌아갈 앞 순서를 차지하기 위해 미리 정차해둔 차량 수십대도 있어 혼잡을 이뤘다.
무역상과 차량 기사들이 물품을 조금이라도 더 실으려고 정차된 트럭의 짐칸에 물건을 쑤셔넣는 모습도 보였다.
한 중국인 무역상은 "단둥이 중조(中朝·중국과 북한)무역의 70% 이상을 담당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정부에서 정상적인 무역을 막으면 사무역(밀무역)이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작은 선박으로 압록강 하구를 건너 직접 조선의 항구로 들어가거나 공해상에서 거래를 할 수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과거엔 이런 방식으로 무연탄이나 수산물 등이 손쉽게 단둥으로 건너왔다"며 "당국도 생계 차원의 일로 보고 크게 문제삼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무역상들이 막판 밀어내기 수출을 위해 대거 단둥으로 모여들면서 이날 단둥시내 중소 규모 호텔들은 빈 방을 찾기 어려웠다.
무역상들이 즐겨찾는 한 비즈니스호텔 직원은 "지난 주말부터 조선인 무역상들이 많이 찾아와 며칠째 투숙하는 바람에 빈 방이 없는 상태"라고 객실 상황을 전했다.
단둥의 한 교민은 "요사이 저녁시간 호텔 로비에 앉아 있으면 김일성 배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예전처럼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없고 어딘가 쫓기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기 전 유예기간에 사업을 수주하려고 북한 무역일꾼들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며 "전면 금수조치로 외화벌이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면 금수조치가 시작된 이날 오전 해관 업무가 시작되자 밤새 도로에 정차했던 트럭들이 해관 주차장으로 진입해 통관을 밟고 다리를 건넜으며 오전 10시 단둥발 평양행 국제열차가 예정대로 발차해 북한으로 향했다.
reali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