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말폭탄 뒤 호흡조절…물밑 대화 모색 가능성

입력 2017-08-15 14:00
北·美 말폭탄 뒤 호흡조절…물밑 대화 모색 가능성

'방향전환' 신호 여부 주목…'단정하긴 성급'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최근 위협적 발언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던 북한과 미국이 '지켜보겠다', '외교적 해법' 등 언급으로 나란히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해 보고받고 만족감을 표시한 뒤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전했다.

'괌 포위사격 검토', '사격계획 최종 완성' 등 발언으로 연일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북한이 김정은의 직접적 언급으로 '지켜보겠다'는 공개 메시지를 보내면서 긴장도 관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를 계기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을 만나 북미 대화를 타진했다는 요미우리 신문 보도가 이날 나오기도 했다.

또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1일 미국과 북한이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한 물밑대화를 하면서 북한의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의 미국 방문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화염과 분노', '군사적 해결책 장전 완료' 등을 언급하며 북한과 잇따라 '말 폭탄'을 주고받았던 미국도 비슷한 시점에 긴장 완화 움직임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한국을 방문했던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3일 잇따라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은 듯한 언급도 내놓았다.

지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이나 켈시 대븐포트 미 군축협회(ACA) 비확산정책국장국무부, P.J. 크롤리 전 차관보 등 전직 관료 및 학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앞선 강경 발언에 입을 모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북미가 이처럼 나란히 '방향 전환'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조짐을 조금씩이나 보이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이런 흐름이 꽉 막힌 북핵 해법의 단초를 제시하는 북미간의 새로운 물밑 대화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자신들의 주장대로 일정 수준의 '자위적 무력' 개발을 이뤘다는 김정은 정권의 판단과 추가적인 북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막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 접점을 찾을 경우 전격적인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 2006년 10월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이어지면서 북핵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시기, 당시 북한 김정일 정권이 전격적으로 6자회담 복귀를 발표하면서 이듬해 '2·13합의'로 이어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과 미국이 모습은 당장의 긴장도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대화를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북한의 오늘 발언이나 미국의 외교적 해법 언급을 보면 굉장히 뜨거워진 긴장 상황을 완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북미 모두에 있는 것 같다"며 "북한으로서도 굴하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괌 포위 사격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 북미 대화를 이야기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최근 미국에서 뭔가 상황을 진전시켜보려 하는 움직임은 일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분위기는 대화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미국도 외교적 해법을 이야기하는 상황인데 김정은이 이에 일정한 반응을 보이면서 공을 미국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호흡조절 단계로 보이지만 북미대화의 하나의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apy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