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伊청년 피살 16개월만에 양국관계 회복 조짐(종합)

입력 2017-08-15 17:10
이집트서 伊청년 피살 16개월만에 양국관계 회복 조짐(종합)

공석 카이로 주재 伊 신임대사 부임…유족 반발 "진실 아직 안 밝혀졌는데"

(로마·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김아람 기자 = 이탈리아가 지난해 2월 자국 대학원생이 이집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후 소환한 카이로 주재 자국 대사를 16개월 만에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14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8세 이탈리아 청년 줄리오 레제니는 이집트 노동연구를 위해 이집트에 거주하던 중 작년 1월 25일 실종됐다가 9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탈리아에서 레제니를 부검한 결과 손톱이 빠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심하게 고문을 당한 흔적이 나타나 이집트 정보기관에 의한 고문 의혹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집트 당국에 민감한 사안인 노동운동 등을 연구하고 이집트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언론에 기고해온 레제니 죽음의 배후에 이집트 보안 당국이 있는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가 이를 부인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가까웠던 양국관계는 급속히 냉각됐고, 이탈리아는 카이로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최근 양국 검찰은 이집트 당국이 이탈리아에 사건 관련 핵심 문서를 건넨 후 수사에 진전이 있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카이로에 새 대사를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성명에서 잠파올로 칸티니 카이로 주재 대사가 "이집트 당국과의 접촉을 통해 사법 협력을 강화하고 진실을 찾는 데 이바지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는 지정학적으로 이슬람 테러리즘에 맞선 전쟁과 유럽행 불법 난민의 근거지인 이웃 리비아의 안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 서구와 이탈리아의 핵심 우방으로 꼽히는 나라다.

몰려드는 난민으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가 지중해를 거쳐 대거 유입되는 리비아발 난민 행렬 억제를 위해 레제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카이로에 대사 재파견을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노 장관은 이에 대해 "이집트가 리비아의 안정이나 대테러 전쟁과 같은 이탈리아의 핵심 의제의 무시할 수 없는 교섭당사국이라는 점 때문에 레제니 살해 사건의 진실을 찾는 데 있어 국면 전환을 하려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레제니의 유가족은 사건을 둘러싼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카이로 주재 대사가 복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에 배신감과 분노를 드러냈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