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대세론' 獨총선서 디젤차 이슈 급부상…슐츠 추격할까
슈뢰더, '디젤 정상회의' 때 휴가 간 메르켈 정조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내달 24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세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디젤차 문제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인 마르틴 슐츠 당수가 이끄는 사회민주당 측은 메르켈 총리가 이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3주간의 휴가에서 돌아온 메르켈 총리는 자동차 업계에 화살을 돌리며 사민당의 예공을 피하는 양상이다.
독일 일간 빌트와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동차 업계의 상당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날려버렸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유해가스 배출 저감 대책을 위해 정부와 자동차 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른바 '디젤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디젤 정상회의'에서는 디젤차의 유해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출시된 500만 대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갖추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메르켈 총리는 슐츠 당수가 제안한 유럽연합(EU)에서의 전기차 쿼터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 이전에 7년간 독일을 이끈 사민당 소속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13일 스위스 일요신문 존탁스블릭과의 인터뷰에서 '디젤 정상회의' 기간에 휴가를 보낸 메르켈 총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슈뢰더 전 총리는 "누군가의 휴가를 방해하고 싶지 않지만 '디젤 정상회의'는 중요한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슈뢰더 전 총리는 '디젤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매우 오만하고 우발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들을 날려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기민당 소속인 엘마어 브로크 유럽의회 의원은 빌트에 "슈뢰더는 에너지와 연관된 모든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슈뢰더 전 총리가 최근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이사직을 제안받은 것을 고리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브로크 의원은 "메르켈은 디젤 문제와 관련해 어떤 가르침도 필요 없다"고 메르켈 총리를 엄호했다.
슐츠 당수도 디젤차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슐츠 당수는 13일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무책임한 경영진들에 의한 문제로 운전자들이 비용을 부담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들은 해야 할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좀처럼 판세 변화가 없는 총선판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해온 디젤차 문제를 부각시켜 추격전을 벌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지난 13일 빌트가 여론조사 기관 엠니드에 의뢰한 결과, 기민-기사 연합은 38%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린 반면, 사민당은 24%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슐츠 당수는 "선거전은 마지막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다음 정부를 이끌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 내가 총리가 될 것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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