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한개짜리 반도체소자 실용화되나…상온서 안정 작동
컬럼비아대 공대 연구팀 개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분자 한 개짜리 반도체 소자가 제작됐다고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14일 밝혔다.
컬럼비아대 공대 라사 벤카타마란 교수와 문리대 재비어 로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되는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논문을 실었다.
논문 공동제1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보니 최 씨를 포함한 연구팀은 14개의 원자로 이뤄진 지름 0.5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짜리 무기물질 분자를 만들고 이를 금으로 된 전극과 연결했다.
마치 저항이나 다이오드 등 전기 부품을 전극에 연결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원자 단위로 이뤄지는 미세한 작업이라는 점이 다르다.
분자를 전극과 연결하는 작업에는 이 연구팀이 갖고 있는 훑기 꿰뚫기 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기술이 이용됐다.
연구팀은 이런 방식으로 연결된 분자 전기소자에 걸어 주는 바이어스 전압(bias voltage)을 달리함으로써 전기적 응답이 어떻게 변하는지 성질을 파악할 수 있었다.
벤카타라만 교수는 이런 분자 전기소자가 상온에서 나노 규모의 다이오드(diode·한쪽으로는 전류가 흐르고 다른 방향으로는 흐르지 않는 반도체 소자)로 잘 작동하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화학적 조성을 변화시킴으로써 전기적 응답을 맞춤형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상온에서 믿고 쓸 수 있는 분자 규모 반도체 기기를 제작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론적으로 말하면 (반도체 소자로 쓸 수 있는) 최소 한계는 단일 원자이지만, 단일 원자로 이뤄진 소자는 상온에서 제조와 안정화가 되지 않는다"며 "이 분자 뭉치의 경우 우리가 그 구조를 원자 단위 수준의 정밀도로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으며, 특정한 전기적 응답을 끌어내기 위해 제어 가능한 방식으로 원소 구성과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양자점(量子點·quantum dot·수~수십 나노미터(nm) 단위 크기의 반도체 나노 입자)을 이용해 이와 유사한 효과를 만들려는 연구도 꽤 있었으나, 양자점은 이를 합성하는 과정의 성격상 크기가 분자보다 훨씬 크고 균일하지도 않아 '재현 가능한'(reproducible) 결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벤카타라만-로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연구팀은 양자점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무기물 분자 뭉치를 여러 개 제작하되 서로 모양과 크기가 완전히 똑같도록 할 수 있었다. 원자 단위까지 제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자코모 로바트 박사는 지금까지 단일 분자 소자를 만든 대부분의 다른 연구들은 절대온도 4도(섭씨 영하 269도)라는 낮은 온도에서 작동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 응용이 가능하려면 상온에서 작동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소자는 상온에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분자 단위 소자 연구 중에서도 이번 연구는 기존보다 실제 전기소자로서 더욱 관심을 끄는 결과라는 것이 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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