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야구'도 시대에 밀리나…부원 수 축구에 첫 역전
용품 많아 '비용 부담' ·TV 전국 중계 줄고 '스타 부재'도 한몫
테니스·탁구에도 밀릴 가능성, 야구용품 업계 위기 타개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에서 매년 봄과 여름에 열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봄·여름 고시엔<甲子園> 대회)는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절대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99회째인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는 매년 숱한 화제와 드라마로 일본 열도를 열광시킨다. 고시엔 대회는 만화로도 소개돼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내년 100회 대회를 앞두고 고시엔 대회의 긴 역사에 처음 보는 이변이 생겼다. 축구와 농구 등 다른 종목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고교야구부 부원 수가 처음으로 축구에 뒤지는 '시장 축소' 조짐이 나타난 것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올해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지방 예선에 참가한 학교 수는 작년보다 35개 줄어든 3천839개였다.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따르면 올해 일본 전국의 연식야구 부원 수는 16만1천573명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야구부원 수 감소는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축구부원 수는 늘고 있다. 전국고교체육연맹에 따르면 작년 남자 축구부원 수는 16만9천855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 동시에 축구부원 수가 처음으로 야구부원 수를 앞질렀다.
중학교 쪽은 더하다. 중학교 체육연맹 자료에 따르면 작년 연식야구 남자부원 수는 18만5천314명으로 5년 전에 비해 30%나 감소했다. 중학교의 경우 남자 축구부원 수가 이미 지난 1013년 야구를 앞질렀고 이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농구도 야구의 인기를 위협하고 있다. 농구는 저출산 시대임에도 안정된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 농구부원 수와 연식야구 부원 수 차이는 1만 명 이하로 줄었다. 소프트테니스와 탁구도 농구에 이어 안정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의 속도대로 연식야구 부원 수 감소가 계속되면 몇 년 후에는 농구에 2위 자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 소프트테니스와 탁구에도 밀려 5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야구 인구 감소의 원인의 하나는 축구나 농구에 비해 용구 가지 수가 많아 초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축구는 공 하나면 되지만 야구는 배트와 볼, 글로브가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원이 부족해 한 사람이 복수의 포지션을 담당하는 경우도 많아 "2종류 이상의 글로브가 필요해져 비용 부담이 늘어"(스포츠 용품 메이커 미즈노 관계자) 야구 기피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야구를 접할 기회가 줄어든 탓도 있다. 지상파 TV가 전국방송으로 야구를 중계하는 경우가 전에 비해 줄어 "어린이들이 야구를 보고 동경하게 될 기회가 줄었다"는 게 스포츠 용품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오락이 늘어난 것도 한가지 원인이다.
스포츠 용품업계로서는 어린이의 야구이탈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미즈노, 아식스, 젯트 등 스포츠용품 메이커 21개사는 올 1월 야구와 소프트볼 진흥을 겨냥 "야구·소프트볼 활성화 위원회"를 설립했다.
프로야구인 일본야구기구(NPB) 등과 협력해 초등학생 대상 야구교실을 여는 등의 활동을 통해 '시장 축소' 타개를 시도하고 있다. 상품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즈노는 복수의 포지션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글로브인 "글로벌엘리트 UMIX"를 최근 발매했다. '투수·내야수용', '내야수·외야수용' 등 4가지 종류를 시판 중이다.
고교야구 관중 수는 스타 선수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과거 최고의 관객을 모은 대회는 1990년 제72회 대회로 92만9천 명을 동원했다. 이해 대회에는 나카무라 노리히로(中村紀洋)와 스즈키 이치로 선수가 출전했다. 91년에도 마쓰이 히데키(松井秀喜)선수가 출전, 역대 2번째로 많은 90만 명을 동원했다.
내년 100회 대회를 앞두고 전통적인 야구팬을 계속 붙들어두면서 다음 세대 선수와 팬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일본 고교야구관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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