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알라"…위안부 기림일 맞아 전국서 규탄의 외침(종합)

입력 2017-08-14 16:05
수정 2017-08-14 16:36
"부끄러움을 알라"…위안부 기림일 맞아 전국서 규탄의 외침(종합)

일본 사죄·배상 요구 한목소리…소녀상, 청계광장·버스 나들이

100만명이 1천원씩 10억 기금 모아 위안부 문제 해결 제안

(전국종합=연합뉴스) 일본이 저지른 성노예 전쟁범죄의 잔혹상이 위안부 피해 생존자에 의해 최초로 증언된 날인 14일 전국 곳곳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정의·기억재단은 제5회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이날 낮 12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5년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화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생전에 최초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을 기리기 위해 2012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정한 날이다.

이들 단체는 이날 회견에서 한일합의 결과로 일본이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한 10억 엔을 반환하라고 촉구하면서 "위로금 수령 과정에서 상처받은 피해자와 유족을 치유하라"고도 주문했다.

이들은 이달 15일부터 11월 11일까지 100일 동안 100만 시민이 1천 원씩 기부하는 모금을 벌이고,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인 11월 25일 광화문광장에 모여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여성인권상과 함께 기금을 전달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8시간 14분(김학순 할머니의 피해 증언일 8월 14일을 의미) 동안 청계광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조형물 '작은 소녀상' 500점을 전시했다.

500점은 남한 내 등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에 미등록 피해자와 북한 지역 피해자 예상 인원을 합한 숫자다. 각 소녀상 앞에는 위안부 피해자의 이름이 하나씩 새겨졌다.

오후 6시에는 시 낭송, 율동·악기 공연과 최근 음반을 낸 길원옥 할머니의 노래 공연 등이 포함된 문화제 '나비, 평화를 노래하다'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은 "이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함께 연대하며 위안부 문제가 피해자를 중심으로 올바르고 정의롭게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며 "우리는 정의로운 힘을 모아 함께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평화의 소녀상'을 태운 151번 서울 시내버스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차고지를 출발해 미아사거리, 안국역, 숭례문, 신용산역을 거쳐 흑석동 중앙대 앞에서 회차하면서 시민을 만났다.

소녀상을 태운 151번 버스 5대는 이날부터 9월 30일까지 45일 동안 서울 시내를 누빈다.

경기 수원에서는 안점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시민 150여명이 올림픽공원 광장 평화의 소녀상 앞에 모여 "일본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SHAME OF JAPAN)"고 소리치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행사를 주최한 수원평화나비의 황의숙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239명 가운데 현재 살아계신 분이 37명에 불과하다"면서 "일본이 자신들의 만행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자 배상·보상을 하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기림일 행사에 참석한 안점순 할머니는 행사가 진행되는 중간에 과거의 아픈 기억이 떠오른 듯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안 할머니는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소녀상을 건립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전쟁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후손들이 편히 살 수 있다. 평화로운 시국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평화나비의 공연을 보며 격려의 박수를 치고, '아리랑'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SHAME OF JAPAN', '2015 한일합의 원천무효', '할머니들의 외침을 들어주세요'라는 글을 쓴 피켓을 들고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수원평화나비는 이날 기림일 및 창립 3주년 기념 성명을 발표하고 전쟁범죄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한 가해국의 공식 사죄와 법적 책임 이행, 전시 성폭력 전쟁범죄 종식을 위한 세계 각국의 법 제정 및 이행, 제사회의 전쟁범죄 재발방지 계획 마련 및 이행 등을 촉구했다.

경남 진주에서도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기림일 행사가 열렸다.



'일본군 강제 성노예 피해자 진주평화기림사업회'는 이날 진주시교육청 내 평화기림상에 헌화한 뒤 성명을 내고 "일제는 단 한 번도 그들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고, 잘못을 입증할 자료와 증언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 야합으로 원천무효이며, 새로운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유 지성호 권영전 이효석)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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