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 복어에 장어·감자탕까지…태극전사들의 여름 보양식

입력 2017-08-16 06:22
[2018평창] 복어에 장어·감자탕까지…태극전사들의 여름 보양식

태릉 선수촌, 족탕·도가니탕에 냉면, 콩국수도 제공

'체중 조절' 피겨·스키점프는 산해진미가 '그림의 떡'

보양식도 좋지만 도핑 우려에 외부 음식은 조심조심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여름철 입맛을 잃는 건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움직여도 비 오듯이 땀이 쏟아지는 무더위에 몸과 마음을 극한까지 단련하는 선수단은 각자의 방법으로 여름나기에 한창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식단을 책임지는 태릉 선수촌 조성숙 영양사는 "확실히 여름에는 선수들 식사량도 줄어든다. 아무래도 시원한 걸 더 많이 찾는다"며 "선수촌에서도 냉면과 콩국수, 메밀국수를 끼니마다 따로 준비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대표선수 1인당 하루에 3만5천원의 식재료비가 배정된다. 덕분에 족탕, 도가니탕 등 다른 데서 보양식으로 먹는 음식이 태릉에서는 일상"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종목별 식사를 따로 준비하는 건 어렵다. 선수들이 각자 조절해가며 먹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외 전지훈련, 촌외 훈련 등 다양한 일정 때문에 모든 태극전사가 선수촌의 호텔급 식사를 누리는 건 아니다.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선수도 자신만의 다양한 보양식으로 입맛을 돋우고, 영양제와 근육 보강제도 빼먹지 않는다.



◇ 각양각색 보양식…이승훈 '복어' 심석희 '감자탕' = '빙속 황제' 이승훈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고 처음 출전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기에 모태범까지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수확하며 한국은 스피드 스케이팅 강국으로 부상했다.

이승훈과 모태범은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복어를 먹었던 걸 떠올렸다. 이후 이들에게 복어는 큰 대회를 앞두고 꼭 챙겨 먹는 보양식으로 자리했다.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에게는 감자탕이 최고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은·동을 하나씩 따고 난 뒤 심석희는 "한국에 돌아가면 프랑스 전지훈련 때부터 생각난 감자탕을 꼭 먹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스피드스케이트 여제 이상화는 따로 즐겨 먹는 보양식이 없어 홍삼 정도를 챙겨 먹는 게 전부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대표 보양식은 장어다.

오죽했으면 회식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선수들이 "장어 먹나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주기적으로 먹는다.

하지만 체중관리가 필수인 아이스하키 선수단은 마음 놓고 장어를 먹을 수 없다.

대표팀 관계자는 "예전처럼 삼계탕, 장어를 계속 먹으며 하는 풍조는 사라졌다. 철저하게 식단을 관리하며 가끔 장어를 먹는 정도"라며 "아이스하키 남자 선수는 체중이 많이 나가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여름에는 부상 없이 긴 시즌을 소화하는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의성 마늘 치킨이 보약", 피하는 음식은 '회' = '얼음판의 바둑' 컬링 선수를 두고 '체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팔이 떨어져 나갈듯한 브룸(빗자루)질을 한 번이라도 직접 해보면 이런 생각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작은 얼음 알갱이로 가득한 컬링 경기장을 자유자재로 다니는 것도 끊임없는 체력 훈련을 견뎌 낸 결과다.

경상북도 의성 컬링센터에서 합숙 훈련하며 여름을 보내는 국가대표 컬링 선수단이 즐겨 먹는 보양식은 '의성 마늘 치킨'이다.

장반석 컬링 믹스더블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서 치킨을 좋아한다. 의성은 마늘이 유명해 특별히 마늘 치킨을 즐겨 먹는다"며 "대신 콜라는 안 된다. 탄산음료는 금지"라고 말했다.

'김치 없는 라면'처럼 '콜라 없는 치킨'은 허전하지만, 모두가 둘러앉아 먹는 마늘 치킨은 힘든 훈련을 잊게 하는 별미다.

사실 엄격한 도핑 검사 때문에 대표팀 선수들은 몸보신을 위해 따로 좋은 걸 챙겨 먹는 게 힘들다.

스키협회 관계자는 "도핑 적발 위험이 있어 몸에 좋다는 것들도 함부로 못 먹는다. 선수 각각 입맛에 따라 고단백 음식을 먹는 쪽으로 유도한다"며 "협회 회장사(롯데)에서는 대신 도핑에 문제없는 홍삼을 종류별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여름철에는 혹시라도 탈이 날까 봐 생선회를 먹는 것도 조심스럽다.

생선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지만, 여름철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남자 피겨대표 이준형은 "특별하게 보양식을 챙겨 먹진 않는다. 그렇지만 회는 못 먹는다"고 말했다.



◇ '피겨·스키점프는 여름에도 다이어트 = 종목에 따라 보양식이 '그림의 떡'인 선수도 있다.

몸이 날래고 가벼울수록 유리한 피겨와 '눈 위의 기계체조'라 불리는 스키 에어리얼,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유리한 스키점프 선수는 여름에도 체중 조절을 게을리할 수 없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선수생활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게 체중 조절"이라며 "야식이라는 건 말로만 들어본 존재다. 정 배고프면 인터넷으로 음식 사진을 찾아본다"고 말한 바 있다.

'제2의 김연아' 최다빈 역시 "몸 관리 때문에 한식을 마음 놓고 먹지 못한다"고 울상이다.

한국 스키점프 대들보 최흥철은 "은퇴 후 무엇이 가장 해보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체중 신경 안 쓰고 나도 야식 좀 먹어보고 싶다'고 답할 것 같다. 우리는 못 먹어서 키가 안 큰 것 같다"고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스키점프는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쓸 수 있는 스키의 길이가 달라진다. 보통 긴 스키를 쓸수록 더욱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체중관리가 필수인 선수들은 여름철 체력 보충을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고단백 저지방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다.

반대로 봅슬레이·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 선수들은 무거울수록 가속도를 더 받아 유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음식이나 무분별하게 먹을 수는 없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 관계자는 "체중 유지를 위해 많이 먹고 있다. 아무거나 폭식하는 건 아니다. 과자처럼 살만 찌는 식품은 피하고, 건강한 식품을 많이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를 돕기 위해 연맹은 지난달부터 따로 영양사를 채용해 선수단에 '맞춤형 식단'을 챙겨주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한여름 식단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다. 내년 동계올림픽 시상식에서 나부낄 태극기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