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돕는 유엔은 테러지원자" 미얀마 불교도 대규모 시위
라카인州 15대 소도시서 15만명 참여…정부·유엔 싸잡아 비판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배후로 지목된 6명의 불교도 살해사건을 계기로 미얀마 불교도들의 반(反)무슬림 정서가 다시 폭발하고 있다.
무려 15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에서는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로힝야족 무장단체는 물론 로힝야족을 돕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 구호단체까지 표적이 됐다.
14일 일간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서부 라카인주(州)에서는 불교도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라카인주 17개 소도시 가운데 15개 도시에서 진행된 시위에는 무려 15만여 명의 승려들과 불교도들이 참여해 정부의 '치안 실패'를 성토했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것은 최근 라카인주 마유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불교계 소수민족 남녀 3쌍의 살인사건이다.
미얀마군은 당시 숨진 불교도들의 몸에서 총상 등이 발견되자 그 배후로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을 지목하는 한편,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수백 명의 병력을 투입해 토벌작전을 진행 중이다.
또 무장한 불교도들은 로힝야족 거주 지역을 에워싼 채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조 윈씨는 "라카인주 주민이 죽어간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권모술수만 부리지 말고 제발 국민을 보호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요구는 단순한 치안 강화보다는 '반(反) 로힝야' 정서에 기울어 있다.
특히 시위대는 로힝야족의 인권보장을 주장하고 구호활동을 벌이는 UNHCR,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기구와 국제 비정부기구(NGO)를 최대한 빨리 쫓아내라고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시민들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민병대 조직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또 다른 시위 주도자인 타이 아웅씨는 "구호단체는 하루빨리 라카인주에서 떠나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계속 시위를 벌일 것이며, 정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국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와 접경한 마웅토의 검문소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경찰관 9명이 숨지자, 미얀마군은 일대 로힝야족 거주지를 봉쇄한 채 대대적인 반군 소탕에 나섰다.
유엔과 인권단체 등은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군인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과 방화, 성폭행 등을 일삼으면서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7만5천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해왔으며, 유엔이 구성한 국제조사단의 활동도 거부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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