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착 꿈' 난민들, 수년 기다림 물거품 위기

입력 2017-08-14 10:01
'호주 정착 꿈' 난민들, 수년 기다림 물거품 위기

파푸아뉴기니 난민시설 10월 폐쇄…불안·좌절감에 시달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그들이 우리에게 자유를 줄 것으로 믿지 않습니다. 우리를 이곳에 버리고 가버릴 겁니다."

수단인 압둘 아지즈 아담(24)은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에 있는 호주의 역외 난민수용시설에서 거의 4년을 지내고 있다.



배를 타고 무작정 호주로 온 그가 마누스 섬으로 올 때만 하더라도 호주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희망도 사라지고 무력감에 빠져 있다.

특히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난민시설이 폐쇄되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아담을 포함한 800명가량의 마누스 섬 수용자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 일요판인 선 헤럴드가 13일 보도했다.

이 난민시설은 그동안 광범위한 학대와 함께 수용자들의 자해 및 정신질환 발생 등으로 호주 내부는 물론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이달 초에는 수년을 갇혀 지내온 이란 출신 수용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좌절감은 커가고 있다. 호주 정부의 정책에 따라 2013년 마누스 섬의 난민시설이 다시 문을 연 이래 이번까지 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파푸아뉴기니 정부와 호주 정부는 난민시설 폐쇄를 앞두고 수용자들을 인근 임시 시설로 이송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약 100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자신들을 적대시하는 현지인들 탓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옮기기를 거부하고 있고, 난민시설 운영자 측은 단전과 단수를 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호주 정부는 공식적인 난민 지위가 부여되지 않는 수용자들에게는 2만 호주달러(1천800만 원)를 제공해 떠나온 모국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며, 끝내 거부할 경우 추방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호주와 미국 간 난민 교환협정에 따라 미국 측은 마누스 섬 수용자 중 일부를 받아들이기 위해 철저한 심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 난민은 막다른 선택 길에 놓이는 셈이다.

호주는 선상난민을 한 명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내내 천명하고 있는 만큼 이들은 모국으로 돌아가거나 파푸아뉴기니에 정착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아담은 호주 이민부의 대리인들이 파푸아뉴기니 현지인들과 난민시설 수용자 간 불신을 조장하며 이간질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담은 "우리에게는 (현지인들이) 전염병을 갖고 있다며 그들과 악수도 하지 말라고 한다. 또 그들은 인육을 먹는다는 말도 했다"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반면 현지인들에게는 시설 수용자들은 범죄자나 테러범, 매우 위험한 사람들로 잘못 인식돼 결과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용자들이 난민시설에서 외출할 경우 현지인들과 충돌하는 일이 다반사며 최근에도 수용자들이 잇따라 공격을 받았다는 게 아담의 주장이다.

그러나 호주 이민부는 난민시설에 일어나는 일들은 자신들과 관계가 없다며 파푸아뉴기니 측에 떠넘기고 있다.

호주 이민부의 한 대변인은 "파푸아뉴기니 정부와 경찰이 처리해야 할 문제"라며 "호주 정부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파푸아뉴기니에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선 헤럴드에 말했다.

아담은 "나는 더는 어떤 감정이 없다. 단지 살아 있다는 것일 뿐"이라며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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