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단지 이주비 '비상'…중도금 대출도 '혼란'
투기과열지구 대출 축소에 조합원 "이사도 못갈 판"
강화된 중도금대출 소급적용에 기존 계약자 '멘붕'…건설사 대책마련 부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연정 기자 = '8·2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이주비 문제로 혼란에 빠졌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40%로 축소되면서 연내 이주를 앞둔 서울지역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들 지역의 조합원 사이에는 "돈이 부족해 이사를 못 하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 시장도 중도금 등 집단대출이 축소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대출금이 줄면서 분양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 일정을 연기하는 단지도 속출할 전망이다.
◇ 재개발·재건축 단지 이주비 대출 급감에 '혼란'
'8·2 대책'으로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하반기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구역에 비상이 걸렸다.
이주비 대출은 정비사업구역의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기존에는 LTV 60%를 적용받았으나 이번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40%로 줄었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투기지역 내 대출이 가구당 한 건으로 제한되면서 이주비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당장 몇 달 안에 짐을 싸야 하는 조합원들로서는 기존 대출 상환 및 세입자 전세 보증금 상환 등의 '자금 계획'과 대체 주거지 마련 계획이 틀어져 난감해 하고 있다.
더욱이 다주택자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조치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소유 주택을 처분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개포 주공1단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조합원 지위양도가 전면 금지된 데 이어 이주비 대출까지 축소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주비 대출이 종전 60%에서 40%로 축소됨에 따라 이주비를 받아 전세금을 마련하려 했던 일부 조합원들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인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달 초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고 곧바로 시중은행과 본격적인 이주비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종전까지 감정평가액이 10억원인 경우 6억원까지 저리의 이주비가 나왔는데 앞으로는 4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주비 축소에 따라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지 등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이 필요없는 사람도 있지만, 이주비를 받아 인근 지역에서 전세를 얻으려던 조합원들의 걱정이 많다"며 "인근 아파트 전셋값이 높아 자금 부족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개포 주공1단지의 경우 현재 전체 5천40가구의 24%선인 약 1천200가구가 조합원들이 실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이주 예정인 방배 경남아파트 조합, 11월 이주 예정인 청담 삼익아파트 조합 등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청담삼익 조합 관계자는 "기본 이주비를 40%로 잡아놓긴 했지만 대출이 많은 분들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 단지는 이제 매매도 안 되니까 심각하게 생각하며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재개발 사업지도 이주비 문제로 대혼란이다.
이번달 관리처분인가가 예정대로 나오면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흑석 3구역도 이번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 한도가 급감하면서 비상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2년 뒤도 아니고 2~3개월 뒤에 이주계획이 잡혀 있는데 갑자기 투기지역 LTV 40%를 적용하면 원주민들은 어쩌란 말이냐"며 "이대로 LTV 40%가 적용되면 흑석3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눈앞에 두고 조합원들이 이주를 못 해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도금 대출 축소에 건설사 '중도금 집단대출' 해법 고민
이번 '8·2 대책'으로 중도금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면서 분양 시장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일단 중도금 대출 규제가 소급 적용된 분양 현장도 혼란에 빠졌다. 8·2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된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전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 아파트의 당첨자나 계약자들까지도 중도금 대출에 대해 LTV 40% 규제를 곧바로 적용받게 됐다. 다주택자나 기존에 보유한 1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경우에 그렇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가구는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LTV·DTI 비율이 30%로 축소되면서 분양 계약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20일 입주자모집 공고를 낸 서울 영등포구 '신길센트럴자이'와 지난 6월말 공고를 낸 서울 용산구 '용산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서울 강동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 등의 계약자들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일부는 '분양가액의 60%인 중도금에 무이자 대출을 적용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분양 계약까지 마친 상태에서 갑작스레 새 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돼 혼란에 빠져 있다.
하반기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을 앞둔 업체들의 분양성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대출이 축소되고 정비사업지구 내 재당첨 제한도 추가되면서 분양이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8·2 대책으로 인해 미분양이 우려되는 곳도 있고, 전반적으로 분양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분양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내년에는 수도권 입주물량도 급증해 당장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서울 마포구 '공덕SK리더스뷰'는 평소 60%던 중도금 대출을 40%로 줄였다.
하반기 분양 예정인 일부 건설사들은 전체의 60% 비중인 중도금을 40%로 낮추고 나머지 20%를 잔금으로 미뤄줄지, 중도금을 60%로 하되 40%를 제외한 나머지의 20%를 건설사의 신용대출로 지원할지 등을 고심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비중을 낮추면 건설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므로 쉽게 판단하기 힘든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건설사들이 중도금 비중을 줄이는 대신 분양가로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을 60%에서 40%로 낮추고 잔금을 30%에서 50%로 늘리면 마지막에 잔금 대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비율 조정은 다각도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8·2 대책'의 돌발 변수 때문에 당장 하반기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분양 시기를 조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황을 지켜보며 청약경쟁률이 급감하거나 미분양이 우려되는 경우 사업 시기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하반기에 1만가구 이상 분양을 해야 하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준비 없이 있다가 갑자기 사업을 앞당길 순 없어서 필요한 인허가 절차는 진행 중"이라면서도 "다만 분양경기가 악화하면 언제든 분양은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yjkim8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