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서 케냐타 대통령 재선 확정후 유혈충돌…야권 "100명 사망"(종합2보)

입력 2017-08-12 23:49
케냐서 케냐타 대통령 재선 확정후 유혈충돌…야권 "100명 사망"(종합2보)

대선 패배 오딩가 측 "속임수…압력에 굴복 안해" 불복 선언

나이로비·키수무 등지서 시위대-경찰 충돌…최소 11명 사망 확인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정 발표된 케냐 곳곳에서 또다시 유혈충돌이 발생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속출했다. 야권은 "100명이 넘는 케냐인이 보안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해 케냐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AP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케냐 경찰이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촌 3곳과 서부 키수무 등 야권 성향 지역에서 대선 결과 발표에 항의 시위를 하던 라일라 오딩가 야권 후보 지지자들에게 발포했다.

케냐 경찰은 현재 나이로비 무다레 등지에서 도로를 막고 타이어에 불을 붙인 시위대를 향해 사격을 가하며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진압 과정에서 대선 발표후 지금까지 최소 1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케냐 당국자와 목격자들이 밝혔다.

나이로비의 대표 빈민촌 중 하나인 무다레에는 밤사이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과정에서 숨진 9구의 시신이 이날 영안실로 옮겨졌다. 한 목격자는 "한 어린 소녀가 경찰의 산발적인 발사에 사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키수무에서도 시위대를 겨냥한 경찰의 총격으로 최소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다레와 키수무는 야권 지지도가 높은 지역으로 대선 결과 발표 이전에도 시위대와 폭동 진압 경찰이 충돌한 곳이다.

이런 가운데 케냐 야권 동맹 연합인 나사(NASA)의 제임스 오렝고 최고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안군이 어린이를 포함해 무고한 케냐 시민 100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오렝고 위원은 이어 "경찰이 먼저 폭력 사태를 촉발했다"며 "우리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100명 이상의 사망자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케냐의 인권단체는 지난 8일 대선 시행 이후 지금까지 2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케냐 정부는 이에 대해 "경찰은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밤 케냐타 대통령이 지난 8일 대선에서 54.27%의 표를 얻어 44.74%에 그친 야권 단일 후보인 오딩가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즉각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케냐의 안정과 통합을 강조하며 오딩가 후보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딩가 후보와 야권 측이 이번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오딩가 후보는 선거 결과를 두고는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또 최종결과 발표 후 수백 명의 폭동 진압 경찰이 나이로비 빈민촌과 키수무 등 오딩가 지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배치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나이로비의 무다레·키베라 빈민가나 키수무 지역에서는 밤새 총성이 들리고, 젊은이들이 차를 향해 돌을 던지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케냐에서는 대선 공식 발표 이전에도 나이로비와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 최소 4명이 숨진 적이 있다.

현재는 케냐타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는 시민과 이에 불복한 오딩가 후보 지지자 등으로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케냐에서는 2007년 대선 후 종족분쟁 양상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두 달간 최소 1천 100명이 숨지고 60여만 명의 피란민이 나온 바 있다. 2007년에 대선 후보로 나섰던 오딩가는 당시에도 "표를 도둑맞았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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