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년] 中 재채기에 韓 몸살…경협 이면에 의존 심각

입력 2017-08-18 06:23
수정 2017-08-18 06:31
[한중수교 25년] 中 재채기에 韓 몸살…경협 이면에 의존 심각

25년간 중국 수출 50배로 증가…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

중국 경제 변동성에 한국 충격…중국 임금상승으로 생산기지 매력 감소

사드 보복에 '넥스트 차이나' 전략 부상…"대중국 수출 품목 다원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중국과의 수교는 한국 성장에 큰 동력이 됐지만, 경제적으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국의 악재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잦아졌고 최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등을 계기로 의존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 25년간 中수출 50배 성장…'차이나머니' 韓투자는 2천배로

한중 양국 경제가 얼마나 긴밀한 관계가 됐는지는 수출입이나 투자 규모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수교 첫해인 1992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6억5천만 달러 수준이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37억2천만 달러에 그쳤다.

교역 확대에 따라 2016년 중국(홍콩 제외, 이하 동일)으로의 수출액은 1천244억 달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약 869억 달러로 늘었다. 1992년에 비해 47배, 23배로 각각 증가한 것이다.

작년에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약 375억 달러(전체 무역 흑자의 약 42%)의 흑자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2016년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액 가운데 25.1%, 전체 수입액 중 21.4%를 차지해 수출·수입 1위 상대국이었다.

국제무역센터(ITC)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작년 중국의 전체 수출액 가운데 10.0%(1위), 전체 수입액 가운데 4.5%(4위)를 점했다.





양국 간 투자도 크게 늘었다.

2016년 중국이 한국에 직접 투자한 자금(FDI, 신고기준)은 같은 해 전체 FDI의 약 9.6%인 20억4천917만 달러에 달했다. 1992년 105만6천 달러였는데 1천940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 측이 중국에 직접 투자한 돈은 2억2천328만8천 달러에서 40억173만2천 달러로 약 18배 규모로 커졌다. 전체 국외 투자의 8% 수준이다.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라 교역 품목도 변천했다.

1990년대 초반 한국은 대중 무역에서 자동차·철강판·선박·섬유기계 등으로 흑자를, 농산물·사료·광물 등으로 적자를 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자동차 부품, 컴퓨터, 통신기기부품, 무선통신기기 등이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이었다. 중국은 농산물, 철강, 의류, 수산가공품 등을 한국에 주로 팔았다.

2010년 이후 한국은 반도체, LCD 등 기술력을 앞세운 물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고 한류 붐과 더불어 화장품 수출도 확대했다.

중국은 비금속광물, 의류, 컴퓨터, 신발, 무선통신기기를 한국에 주로 수출했다.



◇ '한 바구니 속 계란'…中 경제 충격, 한국에 고스란히

중국과의 경제협력·교역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 것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 우려도 낳고 있다.

중국 실물·금융 경제의 변동성이 여과 없이 한국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작년 1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연일 절하하면서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한국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 사례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하는 가운데 코스피 1,900선이 넉 달 만에 붕괴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에는 사드 갈등으로 한국 기업의 불이익 사례가 이어졌다.

중국에서 치맥 축제 등 각종 교류 행사가 취소되거나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 공급이 제한됐다.

한국 화장품 수입 불허, 한국 관광상품 판매 제한 등 직간접적인 보복 조치도 다수 있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중국인 여행객이 30% 줄면 관광수입이 약 56억 달러 감소하며 국내총생산(GDP)이 0.4% 축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간재·자본재 수출이 각각 5% 둔화하고 소비재 수출이 50% 감소하면 중국 수출이 7.5%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수출 전략이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가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어 주요 수출품인 중간재 시장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간재 교역 흑자가 줄고 농산품·소비재 적자가 커져 2013년 628억 달러였던 대중국 무역흑자는 2016년 375억 달러로 줄었다.

중국 내 임금이 상승하면서 생산기지로서의 매력도 줄고 있다.

박진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그간 협력으로 얻는 이익이 커서 중국에 많이 의존했는데 인건비 상승이나 자국 산업 보호 경향이 강해지고 중국이 한국과 경쟁하는 경우도 있어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넥스트 차이나 전략…중국 내 신성장 분야 개척해야"

이런 가운데 중국 편중 부작용을 극복하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나 인도에 시장을 개척하는 이른바 '넥스트 차이나'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향후 성장·소비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전기, 전자, 기계 분야 기업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아세안 국가에 생산망을 구축해 왔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신흥 시장이 중국을 대체할 수 없으므로 중국 전략을 쇄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자는 지적이 나온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본부 북경사무소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소득 상승, 식품 안전 중시, 환경친화적 성장 추구,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라 수입이 확대되는 업종에서 한국의 공급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규제 강화나 녹색발전 전략을 고려해 오수·폐기물 처리 설비 등 환경 분야나 풍력 등 비화석에너지 설비 등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서비스 수출 확대도 필요하다.

한중 FTA는 발효(2015년 12월) 후 2년 이내에 시작하게 돼 있는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 협상이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기업이 한국의 콘텐츠나 서비스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후속 협상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호무역주의 극복도 큰 과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관세·비관세 조치는 1992∼1999년 343건, 2000∼2008년 814건, 2009∼2015년 1천597건으로 증가 추세다.

비관세 장벽에는 품질 향상과 국제법에 근거한 대응 등 투트랙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중국경제팀장은 "중국이 2015년 품질 규제를 강화한 후 한국 화장품 통관 거부 사례가 속출했으나 품질 기준을 높인 제품은 장벽을 넘었다"며 "중국 수출품의 품질을 일단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중국이 불합리하게 비관세 조치를 해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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