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통령 재선수락…야권불복에 혼란·유혈사태 공포

입력 2017-08-12 10:22
케냐 대통령 재선수락…야권불복에 혼란·유혈사태 공포

선관위 공식발표…부정선거 의혹 속 2007년 참극 데자뷔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케냐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 발표와 함께 재선을 선언했으나 야권이 이에 불복하면서 정정불안이 예고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대선에서 54.27%의 표를 얻어 44.74%에 그친 야권 연합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고 11일 공식 발표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1963년 영국 식민지 통치에서 독립을 끌어낸 케냐의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인 조모 케냐타의 아들이다.

케냐타 대통령은 이날 당선 수락 연설에서 케냐의 안정과 통합을 강조하며 오딩가 후보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케냐인들의 복지와 나라의 통합을 위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며 "우리는 정치적 폭력의 결과를 봐왔고, 이런 시기로 되돌아가길 바라는 케냐인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딩가 후보와 야권 측이 이번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올해 케냐 대선을 앞둔 국제사회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공정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선거결과에 대한 시비가 유혈사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부정선거 의혹이 터져 나온 데다가 심각한 갈등 속에 유혈사태까지 빚어져 최악을 우려하게 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케냐에서 10년 전에 벌어진 참사가 재연되지 않을지 경계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2007년 대선 후 종족분쟁 양상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두 달간 최소 1천 100명이 숨지고 60여만 명의 피란민이 나온 바 있다.

2007년에 대선 후보로 나섰던 오딩가는 당시도 "표를 도둑맞았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케냐 선관위가 최종결과 발표를 미루며 케냐타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잠정 결과만 내놓자 케냐 야권 연합은 앞서 성명을 내고 "오딩가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선관위의 자료가 있다"고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또 오딩가 후보는 개표 업무와 관련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려 한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선관위 내부 정보에 근거해 선거 결과 해킹 의혹도 제기했다.

오딩가 후보와 야권은 해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선관위 서버 접근을 허용해줄 경우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제안을 내놨지만, 선관위가 이를 거부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선관위의 최종결과가 발표되기 전 야권 성향이 강한 남부 키시 카운티와 서부 키수무 등지에서는 오딩가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이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고, 경찰과 충돌하면서 최소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최종결과 발표 후에도 수백 명의 폭동 진압 경찰이 나이로비 키베라 빈민촌 등 오딩가 지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배치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키베라 빈민가나 키수무 지역에서는 간간이 총성이 들리고, 젊은이들이 차를 향해 돌을 던지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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