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中구체구 절경 훼손…전문가들 "진화과정일뿐 복원말라"
中쓰촨성 수리청, 복구작업 위해 수리·지질 전문가 급파
(주자이거우<쓰촨성>·상하이=연합뉴스) 김진방·정주호 특파원 = 절경을 자랑하던 중국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의 호수와 폭포가 지진으로 크게 훼손됐으나 전문가들은 일제히 복구 작업을 만류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인한 경관의 파괴도 대자연 진화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중신망과 쓰촨(四川)성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주자이거우 석회 지질대에 자리잡은 폭포, 호수, 계곡 등의 비경이 지난 8일밤 규모 7.0의 강진에 따른 산사태 등으로 크게 훼손됐다.
이중에서도 눠르랑(諾日朗) 폭포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폭포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흙더미에 주변이 무너져내리며 황폐한 급류 지대로 변해버렸다.
해발 2천365m의 이 폭포는 폭 270m에 낙차 24.5m의 중국에서 폭이 가장 넓은 폭포로 중국인들의 기억에는 1986년 중국중앙(CC)TV가 제작한 '서유기'의 배경이 됐던 곳으로 남아있다. 눠르랑은 티베트어로 위대하고 숭고하다는 뜻이다.
또 주자이거우에서 가장 신비로운 풍경으로 유명했던 훠화하이(火花海) 호수도 지진으로 토사가 밀려들고 기슭이 무너지며 물이 크게 줄어들면서 흙탕물 천지로 변해버렸다.
깊이 9m의 짙은 옥빛 호수가 아침과 석양 햇살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모습으로 유명했던 곳이 하루아침에 황폐해진 것이다.
쓰촨성 수리청은 이에 따라 눠르랑 폭포 붕괴와 훠화하이 침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리, 지질 전문가팀을 현장에 파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지진피해에도 인간의 복구 손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질전문가 궈젠창(郭建强)은 현지 매체 훙싱(紅星)뉴스에 석회화는 온도, 압력, 주변 식생 등 다양한 조건에서 진행되는데 일단 조건에 변화가 생기면 석회화 과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진 이후 현지 지역의 기온과 압력에 변화가 생기거나 부근 지형에 균열이 생겼다면 복구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원래 진행되던 석회화가 중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탕샤오춘(唐曉春) 광둥(廣東) 재경대 지리관광학원 원장도 주자이거우도 본래 지진으로 형성됐고 지진이 새로운 경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복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자연에 의한 경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법"이라며 "차라리 그대로 놔두고 사람들에게 자연의 힘에 의한 변화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지진국 지질연구소 저우융성(周永勝) 연구원은 "완전 복원은 불가능하다"면서 "무너진 돌을 정리하는 수준의 최소한의 인공 개입을 통해 새로운 폭포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은 매우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원촨(汶川) 대지진 당시 재건 작업에 참여했던 베이징제2외국어대학 관광학원 왕푸더(王富德) 교수는 "원칙적으로 인간이 경관을 바꿔서는 안된다"며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 도로 복구, 관광안내소 정비 등만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진으로 파손된 주자이거우 지역의 인프라시설 복구는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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