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정불안 베네수엘라에도 '군사행동 가능성' 위협(종합)
"美, 세계 곳곳에 군대 있는데 베네수엘라는 멀지 않아"…베네수엘라 정치권 반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정불안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도 군사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F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베네수엘라를 위한 많은 옵션이 있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군사옵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주 멀리 있는 곳까지, 세계 곳곳에 군대가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그 나라 국민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언급이 지역을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과거 미국의 남미 내정간섭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 정권을 타도할 것인지 묻는 말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미국이 어떤 군사행동을 취할 것인지 대통령의 권한으로 일방적으로 군사력을 행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답변하지도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군사행동은 과거 내정간섭으로 인해 축적된 베네수엘라의 반미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사행동을 계기로 마두로 정권이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야권을 탄압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부를 해치려한다고 수년간 주장해온 마두로 대통령의 입지를 의도치 않게 강화할 수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에르네스토 비예가스 베네수엘라 정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자국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를 언급하면서 "볼리바르의 조국에 가한 가장 심각하고 무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지도자들도 이에 가세했다. 엔리 팔콘 라라 주지사는 트위터로 "무례한 트럼프!"라며 "이 엉망인 상황은 우리 것이다. 당신 일이나 해결하라"고 비난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야권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카라카스의 광고업자 카르멘 곤살레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나라의 정치·사회·경제 위기를 심화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카라카스 교외 로스테케스의 건축가 안젤리카 아주아헤는 "이 정부는 우리를 망쳤고 나라를 파괴했다"며 "이 정부가 있는 한 그 (군사) 옵션이 나쁠 것 같지는 않다"며 군사개입만이 마두로 정권을 축출할 방법이라는 의견을 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과 약탈, 정정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최근 제헌의회를 출범한 뒤 야권을 탄압하며 권위주의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야권 탄압을 이유로 들어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그와 측근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베네수엘라가 엉망진창"이라며 "매우 위험한 엉망진창이며 매우 슬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골프클럽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 맥 마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한반도 문제, 러시아와의 관계를 비롯한 다수 현안을 논의한 뒤 기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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